(서울=뉴스1 박태정 기자)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12일 열린 임시회 본의회에서 직권으로 대중교통요금과 하수도요금 인상과 관련된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의회는 상임위를 통과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중교통 운임범위 조정에 대한 의견청취안'과 '하수도 사용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들 안은 이번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처리될 여러 안건 중 시민 생활에 가장 밀착된 안건들이어서 처리 결과에 관심이 컸다. 그 만큼 상정조차 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인 11일 저녁 박양숙 원내수석부대표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이 대중요금 인상안 처리를 강력하게 반대했고, 허광태 시의회 의장과 김명수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들이 모여 요금인상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주도로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을 할 것을 의식한 당 지도부가공공요금 인상안 처리를 미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물가인상에 대한 부담과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들이 모두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요금 인상을 주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허광태 의장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의회 운영방식이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해당 상임위원들은 허 의장의 시의회 운영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허 의장과 같은 당 소속인 민주당 시의원들조차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30여분간 정회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교통위원회 소속 이행자 민주당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정당한 사유없이 상임위에서 의결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것은 의장의 직권남용"이라며 "합당한 사유가 없이 자의로 했다면 공개사과를 하고 안건을 상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일부 의원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말하지만 찬반토론을 거쳐 안건이 의결될 수 있었음에도 허 의장이 적절한 이유없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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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출신 최웅식 교통위원장도 청취안이 상정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뭐라 할 말이 없다.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유감을 표했다.
허 의장은 이날 본회의 진행을 양준욱 부의장에게 맡기고 본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본회의가 끝난 뒤 서울시 한나라당협의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시의회 파행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용석 한나라당 대변인은 "의장은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면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결정 난 안건은 본회의에 올려 전체 의원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며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음에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민주당 중앙당 지도부가 시의회 민주당 지도부에게 대중교통 요금인 통과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이는 시의회의 자주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윤병국 시의회 운영수석전문위원은 "지방차치법 상으로 의장은 재량에 따라 의사 안건을 선택해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면서 "협조 차원에서 해당 상임위원회와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허광태 의장은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해 의회 지도부와 심사숙고한 끝에 안건 상정을 제외했다"고 말했다.
선거를 의식해 시의회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추락한 시의회 위상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