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말하니, 폭력으로 답했다

헤어지자 말하니, 폭력으로 답했다

황예림 기자
2026.07.31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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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정폭력 실태조사
'이별' 여성 60%, 피해 겪어
남성은 40%, 3년새 7%P↓
피해자 68% "대응 안했다"

이별(이혼・별거하거나 동거 종료) 전후 당시 배우자・파트너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그래픽=이지혜
이별(이혼・별거하거나 동거 종료) 전후 당시 배우자・파트너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그래픽=이지혜

결혼·동거를 하다가 헤어진 여성 10명 중 6명가량이 이별 전후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피해를 경험한 사람 10명 중 7명가량은 남녀를 불문하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부끄럽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과거보다 대응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평등가족부는 30일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2004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전국 단위 조사다. 지난해에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907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이혼·별거를 하거나 동거를 종료한 경험자의 절반(50%)이 이별 전후로 배우자·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의 경험률은 59.6%, 남성은 40%였다. 이 조사에서 파트너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상대방을 의미한다.

여성의 이별 전후 피해율은 2022년 54.5%보다 5.1%포인트(P) 올랐다. 이 기간 신체적·성적·경제적 폭력은 감소했으나 정서적 폭력이 51.5%에서 54.8%로 증가했다. 성평등부는 정서적 폭력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응답률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정서적 폭력에는 모욕·욕설을 하거나 때리려고 위협하는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여성과 달리 남성의 이별 전후 피해율은 2022년 47.4%에서 7.4%P 하락했다. 남성은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피해가 모두 줄었는데, 특히 경제적 폭력이 21.1%에서 10.6%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경제적 폭력은 일부러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재산을 동의 없이 처분하는 등의 행위다.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여겨지는 신체적·성적 폭력 피해율은 남녀를 통틀어 이별 전후 25.8%에 달했다. 여성이 32.1%, 남성이 19.2%로 여성의 피해율이 남성보다 1.7배 높았다.

이별 전후에 폭력을 당하는 비율은 평생의 폭력피해 경험률(14.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이별과정에서 다툼·갈등 등이 커지면서 폭력위험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폭력피해에 대한 대응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배우자와 파트너에게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피해를 한 번이라도 당한 사람의 68.5%는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2022년 53.3%보다 15.2%P 급등한 수치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응답률이 가장 높아진 항목은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31.4%)였다. 2022년 이 항목의 응답률은 14.9%로 6위였지만 지난해에는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 순간만 넘기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36.3%)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4.0%)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도 일부 강화됐다. '피해자가 왜 폭력행동을 하는 배우자 곁을 떠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43.8%로 2022년 대비 2.6%P 상승했다.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다'라는 응답도 23.2%로 3년 전보다 2.7%P 늘었다.

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가정폭력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폭력피해를 창피하다고 느끼는 인식이 2022년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도 달라진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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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황예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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