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취업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최은혜 기자
2011.10.19 17:36

[기자수첩]

요즘 한 개그프로그램의 '사마귀 유치원'이란 코너가 인기다. 여기에 등장하는 진학상담사 '일수꾼'은 "대기업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다"고 조언한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3개 대학 중 하나만 가면 되는데 3개나 되니 선택의 폭의 엄청 넓다"고 말한다. 이어 "등록금은 4년 간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2억원이 드는데 부모님께 받아쓰거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된다. 시급 4320원을 받고 10시간 씩 1년을 숨만 쉬고 일 했을 때 1년 학비가 생기며 이렇게 1년 공부하고 1년 아르바이트하기를 반복하면 8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압권은 "대기업에 들어가 10년간 꼬박 일을 하면 그동안 공부했던 본전을 찾을 수 있다"는 대목이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 4년 이상의 시간과 적지 않은 등록금을 투자하는 것치고는 결과물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고비용 저산출의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은 취업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최근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 고졸 취업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 막 발을 뗐을 뿐 갈 길이 멀다.

한 공업계 특성화고의 취업지도 담당 교사는 "늘어난 고졸 채용이 아직은 금융권 등 특정 분야와 여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남학생이 대부분인 이 학교는 교사가 직접 발로 뛰어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취업처 확보에 애를 쓰고 있었다. 남학생의 경우 취업 후 군 입대 문제가 걸림돌이 돼 기업들이 꺼린다고 했다.

또 취업이 돼서 기업에 나갔다가도 적응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경우도 태반이다. 직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멘토 부재, 대학 진학에 대한 미련 등이 그 이유다. 생색내기 좋은 '고졸 채용 인원'만 늘릴 게 아니라 채용 이후의 문제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래도 특성화고 졸업생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특성화고 입학시험에서 떨어졌거나 옛 상고·공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부모에 의해, 혹은 아예 진로·진학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어쩌다보니'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진로가 더 막막하다. 이들을 위해 마련된 직업위탁교육은 지원자 수가 매년 늘고 있는데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의 수용 규모는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와 기업이 좀 더 노력해준다면 고졸 취업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취업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가 더 이상 씁쓸한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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