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밀한 지원 전략을 세우면 수능 점수 10점 이상을 만회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사설 입시학원이 대입설명회에서 수험생, 학부모에게 강조한 말이다. 수능 점수는 고정된 것인데 1~2점도 아니고 어떻게 10점 넘게 만회가 가능한 걸까.
답은 '복잡한' 입시제도에 있다. 수능 반영 비율만 해도 100% 반영, 80% 이상 반영, 60% 이상 반영, 50% 이상 반영 등 대학마다 제각각이다. 학생부 반영 비율이 또 제각각이고, 면접·구술고사, 논술고사 반영도 제각각이다. 대학입학 전형의 종류는 거짓말 좀 보태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점수보다 지원전략에 따라 당락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례로 자유전공학부가 처음 생겼을 때 배치표 상에는 가장 위에 위치했지만 실제 입시 결과는 합격선이 가장 낮았다. 지난해 A대 경영학과의 경우 '제2외국어 변환표준점수'라는 작은 차이가 당락을 좌우했다.
고교 교사들조차도 어려워할만큼 입시전형이 복잡해지니 모 사설 학원은 '입시상담 전문가 양성과정'까지 만들었다. 내신, 수능, 논술, 면접 등 교과·비교과 준비에 벅찬 수험생들을 대신해 교사와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모여들었다. 그래도 '양성과정'까지 찾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이들은 다행이다.
대부분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고민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능한 모든 대학에 지원'이라는 악수를 둔다. 지원경쟁률이 올라가 대학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인기있는 대학으로 비치는 데다 전형수입료도 짭잘하기 때문이다.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이 대학, 저 대학 옮겨다니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진다.
'마구잡이 지원'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재수생 양산으로 이어진다. 지원대학이 많아 이 대학, 저 대학 돌아다니다 재학생들은 공부할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 입시전문가들은 "고3 재학생과 재수생이 싸우면 고3 재학생이 100전 100패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교육당국은 입학사정관 전형, 수능 부담 완화가 모든 입시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얘기한다. 상황판단이 안이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수시 지원 횟수라도 3회로 줄여야 수험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입시전문가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