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철회할 듯…고교선택제, 전문직 인사 등 관심
교육감 선거 당시 경쟁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19일 벌금형을 선고함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정책에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이 당장 내일부터라도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벌금 3000만원 판결이면 당선 무효에 해당하지만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곽 교육감의 측근은 "언제 교육청으로 출근해 어떤 업무부터 시작할지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곽 교육감이 다시 돌아오면 가장 먼저 이대영 교육감권한대행(부교육감)이 지난 9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 교육감은 측근들에게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인권조례를 공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이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조례를 공포하면 새 학기인 3월부터 학생인권조례가 일선학교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3월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한 고교선택제 수정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선택제 개선 방안은 현재 외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업체에 의뢰해 학생 배정 방법을 연구 중이다. 시교육청은 2월 말까지 업체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을 계획이다.
3월 1일자로 시행될 서울시교육청의 교원과 교육전문직 인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핵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측근들을 주요 부서로 재배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무 복귀 이후 곽 교육감은 교육 정책의 방향을 같이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지원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높다.
곽 교육감을 지지하는 단체인 '정치검찰규탄·곽노현교육감석방·서울혁신교육지키기 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곽노현 공대위)'는 "곽 교육감이 업무에 복귀하면 이대영 부교육감 부임 이후 거꾸로 갔던 학교 혁신 정책들을 되돌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갑수 곽노현공대위 대변인은 "최근 면회를 했을 때 곽 교육감이 신문을 통해 학교폭력 사태를 접하고 크게 걱정했다"며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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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곽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총은 "도덕성을 상실한 교육감은 깨끗하게 사퇴해야 한다"며 "학생교육을 책임지고 교육자의 귀감이 될 교육감의 최우선 덕목은 도덕성과 권위인데 (곽 교육감이) 두 가지 모두 상실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행정을 이끌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법원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판결로 곽 교육감은 교육감직 상실에 해당되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면죄부가 부여된 게 아니다. 곽 교육감 스스로 취임 이후 교육 비리에 대해 단호한 잣대를 들이대 징계처분을 한 것을 비춰볼 때 업무복귀는 모순이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또 "단일화 대상 후보에게 2억원을 전달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것은 대다수 국민과 교육자의 법 감정을 철저히 외면한 결정으로 크게 아쉽게 여긴다"며 "이번 판례가 추후 공직선거에서 사전·사후 후보매수의 악용사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곽 교육감은 이번 선고 이전부터 비서실 관계자 등과 면회를 통해 무상급식, 혁신학교 지원, 장학사 인사 등 현안과 업무처리 과정을 전해 듣고, 사퇴 요구에 대한 대응책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경쟁 후보였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지방교육자치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곽 교육감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