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들은 누구를 위해 싸우나?"

[기자수첩]"그들은 누구를 위해 싸우나?"

최은혜 기자
2012.01.27 06:25

마치 '핑퐁게임'을 보는 듯했다. "하겠다"는 쪽과 "안 된다"는 쪽이 평행선을 달리는 게임이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그러자 보수 교원단체와 보수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이 통과된 조례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교육청을 압박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던 때였다. 권한대행인 이대영 서울시부교육감은 이달 9일 결국 재의를 요구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19일 곽 교육감이 벌금형을 선고받고 풀려나자 상황이 복잡해졌다. 곽 교육감은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인권조례 재의요구를 철회해버렸다. 재의요구를 했던 당사자인 이 부교육감이 이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서류에 자기 손으로 다시 서명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조례에 대한 재의를 요구한다'고 발표했던 시교육청은 이번에는 '저런이런 이유로 조례에 대한 재의요구를 철회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담당 부서의 공무원도 열흘 사이에 전혀 상반된 입장에 서서 기자들에게 내용을 설명해야 했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에 출입기자들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번엔 교육과학기술부가 제동을 걸었다. 상위기관의 권한으로 시교육청에 '재의요구를 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근거가 없어 불가하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6일 인권조례는 공포됐고이에 맞서 교과부는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들이 이토록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는 것은 정말 '학생인권조례'가 절체절명의 사안이기 때문일까. 물론 학교 현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 학교폭력으로 대구 의 중학생이 죽음을 선택했을 때 지금처럼 서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것은 보지 못했다.

교육계는 지금 보수와 진보로 갈라졌다. 서로를 철저히 배제하는 주장과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정작 교육의 주체인 대다수 교사와 학생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한 쪽에서는 조례가 공포됐으니 따르라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를 말리고 있는 형국이니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일각에서는 "교육이 언제부터 이렇게 정치장화 됐냐"는 한탄도 나온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것은 성숙한 논의와 타협일 것이다. 고래 싸움에 결국 등이 터지는 건 우리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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