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에 일어난 작은 기적, 빅뱅으로 커질 겁니다"

"숭실대에 일어난 작은 기적, 빅뱅으로 커질 겁니다"

대담=최중혁 교육팀장 기자, 정리=서진욱
2013.05.08 09:39

[인터뷰]4년뒤 개교 120주년…숭실대 한헌수 총장을 만나

한헌수 숭실대 총장. /사진=홍봉진 기자
한헌수 숭실대 총장. /사진=홍봉진 기자

 '작은 기적.'

 숭실대학교 내부에서는 지난 2월 한헌수 총장(54)의 취임에 대해 이런 평가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이처럼 젊은 총장이 선택된 적이 없다. 모두 60대였다. 스스로도 총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별로 없었다.

 "한번 나가보기나 하라"는 주위 권유에 '막둥이'로 총장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륜으로 보나 평판으로 보나 기라성 같은 선배 교수 6명 중 1명이 총장이 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1차 투표 결과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교수와 직원들이 '막둥이' 교수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 이에 힘입어 한 총장은 이례적으로 이사회에 단독후보로 추천돼 제13대 총장에 올랐다.

 "내부 구성원의 변화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봅니다. 사실 화려한 계획을 내놓진 못했습니다. 발전기금을 많이 유치하겠다는 약속도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공약한 내용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를 보여드렸는데 그 점을 좋게 보신 것 같습니다."

 한 총장은 '다이내믹 숭실'을 모토로 제3의 창학을 준비하고 있다. 제1의 창학은 '평양숭실'(1897년 개교), 제2의 창학은 '재건숭실'(1953년 서울 재개교)을 말한다. 제3의 창학 수준의 변화와 발전이 없으면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한 총장의 현실 진단이다.

 제3의 창학을 어떻게 이뤄낼지 지난달 한 총장을 직접 만나 복안을 들어봤다.

 -앞으로 숭실대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지 궁금합니다.

 ▶숭실을 아는 분들은 두 가지를 핵심적으로 기억합니다. '평양숭실'의 전통에 따라 통일과 기독교를 떠올립니다. 이는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 다음에 떠올리는 게 IT(정보통신), 사회사업(봉사), 중소기업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잘하는 부분들은 더 잘하게 해야 하고 처지는 부분들은 경쟁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구체적인 복안은요.

 ▶정체성 부분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는 '평양숭실'을 복원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습니다. 현재 주어진 상황 하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연구소, 대학원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교류가 경제·관광 중심인데 제가 파악한 바로는 북한의 교육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남북이 통일됐을 때 경제격차도 문제겠지만 교육격차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겁니다. 교육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해나갈 예정입니다.

 기독교 정체성에 있어선 한국 교회가 숭실대를 지원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숭실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기독교박물관을 갖고 있고 여기에 한국 교회의 근대 자료들이 다 있습니다.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한 여러 가지 활동, 그때 당시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이 많이 있습니다. 그동안 학교 역량을 키우느라 그런 부분들을 개발하고 소개할 자리가 없었습니다. 한국 교회의 청년리더십 육성프로그램도 저희가 만들어서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IT·봉사·중소기업분야는 어떤 방안이 있으신지요.

 ▶일단 투자를 더 확실히 할 겁니다. 전산과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서 한국 전산인력의 상당수가 숭실대 출신입니다. 앞으로 20년을 바라보고 IT융합분야를 이끌어갈 수 있게 특성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IT융합분야는 제 자신도 관심이 많아서 스포츠IT융합학과를 대학원에 만들었습니다. IT가 우리 사회 곳곳 모든 것에 접목돼 있어 스포츠만 하더라도 IT가 아닌 게 없어요.

 하지만 학문적인 정립이 안돼 있죠. 10년, 20년 뒤에 산업화될 수 있는 분야가 뭔지 예측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입니다. 벤처·중소기업분야에서는 지금도 숭실대가 상당한 영향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업 쪽을 IT융합과 연계, 적극적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어느 한 전공만 잘했으면 스티브 잡스가 나왔을 리 없습니다. 우리 대학에도 특정한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여러 분야를 섭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학생이 원하면 전공과목을 만들어 선택해서 듣도록 할 겁니다.

 IT융합과 창업이 숭실대의 큰 축이 될 겁니다. 사회사업도 지금까지는 봉사가 중심이었는데 국가 전체가 복지와 관련돼 움직이기 때문에 사회복지 리더들, 행정인력들을 육성하는 쪽으로 유도할 생각입니다. 큰 줄기는 그렇게 잡고 있습니다.

 -구상하신 사항을 이루기 위해선 구성원의 지지와 합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총장이 되고 난 후 학교에 나오면서 마음이 늘 불편합니다. 오늘은 또 누구를 만나 싫은 소리를 해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 대학 중 외부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 돈이 들어올 수 있는 대학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5곳 안팎입니다. 이외에는 모두 등록금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등록금은 간단합니다. 인건비 50%, 장학금 20%, 관리비 30%, 나머지는 여력이 없습니다. 대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훌륭한 교수나 직원을 더 모셔와야 합니다. 그러니 한정된 인건비를 놓고 어떻게 쓸 것인지 다같이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임금 관련 제도를 지금처럼 호봉제는 못가져가겠으니 제안을 달라고 했습니다. "대학 경쟁력이 올라가야 하는데 학과조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정원을 내놓을 데는 내놓고, 신설한 곳은 신설하자고 말씀드린 거죠. 근거가 없으면 안되니까 그동안 성과와 평가자료를 한달 동안 정리해서 전부 나눠줬습니다.

 -학내 반발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당연히 안좋아하죠. 그래도 양식에 호소하는 겁니다. 1차적으로 지표 24개를 제시했습니다. 숭실대가 대외평가에서 이기려면 지표 24개 중에서 각자 어느 부분을, 어떻게, 얼마만큼 높일 것인지 개인·학과·단과대 차원에서 방안을 자율적으로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단과대별로 자율적으로 해달라는 게 기본 방향입니다. 혼자 하겠다는 게 아니고 같이 하자는 겁니다. 목표에는 다 동의하시는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죄송한 마음으로 부탁을 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한 상황을 고려하면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을 텐데요.

 ▶4년 연속 등록금을 인하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매년 5% 이상 깎은 겁니다. 정부가 등록금으로 장학금을 주라는 건 말이 안됩니다. 등록금은 장학금 주는 비용이 아니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기 위한 교육경비입니다.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새정부에서 반값등록금 정책이 과연 교육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창조적 발상인지 묻고 싶습니다. 등록금이 아무리 싸도 교육이 안되는 대학은 학생들이 가지 않아 자동적으로 문을 닫게 됩니다.

 대학이 자연스럽게 문을 닫을 수 있는 퇴출통로만 마련한다면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될 겁니다. 대학등록금의 25~30%를 장학금으로 주도록 규정해 새로운 교육투자를 막는 게 옳은 것인지 보다 깊은 안목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좋은 학생을 잘 뽑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요.

 ▶지금 숭실대는 동급 대학에서도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선호도를 높이려면 뭔가 빅뱅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숭실대가 달라졌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맹렬하게 작업중이니까 곧 결과물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새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요.

 ▶대학별로 창의적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찾아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모든 게 규제입니다. 규제 일변도로는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기 어렵습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쟁국가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대학이 경쟁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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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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