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조경제,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기고] 창조경제,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이기석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3.09.16 09:36

우리나라 대학들이 내세우는 대학의 사명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다. 이 3가지 중 대학이 관심을 갖고 챙기고 투자하는 것은 교육과 연구다. 사회봉사는 주로 의과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의료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산간벽지에 가서 봉사하는 것쯤으로 알고 있어 대학본부의 관심밖에 있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70%에서 50%로 추락하면 취업률 추락에 의한 대학랭킹 하락을 걱정하지 대학 문을 나선 졸업생들이 치르는 피 말리는 취업전쟁에는 관심이 없다. 21세기는 지식·정보·창의력의 시대라고 한다. 즉 첨단지식과 정보, 창의력이 돈이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21세기에 첨단지식, 정보,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창출되고 축적되는 곳은 대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들은 첨단지식과 정보와 아이디어를 활용해 돈을 벌고 일자리를 창출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만 있어도 등록금 다 내고 교육서비스 살 테니 제발 나를 합격시켜달라고 애원하는 고객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부담해 가면서 큰 돈이 되지도 않는 사업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과 유럽 대학들은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 정보, 아이디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노력을 적극 권장하고 가르치고 돕고 있다. 그래서 유명 대학 주변에는 잘 알려진 연구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스탠포드대학 주변의 실리콘밸리, 최근 기술창업 기업들이 몰리고 있는 하버드, MIT 대학이 있는 캠브리지 시,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듀크 대학 주변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영국 캠브리지대학 근처의 캠브리지 사이언스파크와 비즈니스파크, 스웨덴 왕립공과대학이 있는 시스타 사이언스시티 등 대학이 있는 곳에 창업과 기업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첨단지식과 정보, 창의력이 가장 활발히 창조되고 융합이 이뤄지고 있는 대학이야 말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선봉에 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은 물론 관심이 없고 정부도 창조경제를 위한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듯하다. 대학이 할 일은 교육과 연구지 일자리창출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이제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사명이 교육, 연구, 고용창출로 바뀌어야 한다. 산 위의 고고한 상아탑에서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장바닥으로 내려와야 한다. 미국과 유럽 유명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은 훌륭한 연구논문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기업도 많이 탄생시키고 있다. ‘미디어,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주제로 탄생한 MIT 대학의 ‘미디어 랩’은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만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1985년 창설된 ‘미디어 랩’ 출신이 설립한 기업(spin-offs)만 해도 134개에 이르고, 아마존의 전자책 리더(reader) 킨들(Kindle)에 사용되는 전자잉크, 구글의 스트리트 뷰, 개도국의 가난한 어린이용으로 만든 100달러짜리 노트북 XO 등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MIT 졸업생들이 창업한 회사의 전체 매출액이 세계 7위인 브라질 GDP와 비슷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는 뉴욕 시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지 않는 이유는 좋은 대학이 없기 때문이라며 뉴욕 맨해튼 동쪽에 위치한 루스벨트 섬에 5만6000평의 부지를 99년간 무상으로 대여하고 1억달러(1100억원)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세계 유명대학을 유치하고자 했다. 결국 미국의 코넬대학과 이스라엘의 테크니온대학 콘소시엄을 선정했고 최근 캠퍼스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학 = 일자리’라는 등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속세를 등진 절간으로 남고자 한다.

대학의 새로운 사명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교수와 학생들이 창업해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학본부 뿐만 아니라 대학 구성원 모두가 첨단지식, 정보, 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한 사업화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며 지원하는 자세가 우선 필요하다. 특히 전국 218개 대학에 설치돼 있으나 계륵취급을 받고 있는 창업보육센터(Business Incubator, BI)를 대학의 일자리 창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에 관심이 있는 재학생, 졸업생, 교수 예비창업자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정보와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 창업해 BI에 입주한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 등을 대학 BI가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일반 창업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5% 내외인데 비해 BI에 입주한 창업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20%라고 한다. 대학에 설립된 BI는 그 대학 교수, 재학생, 졸업생들이 창업한 기업을 우선적으로 입주시켜 대학 구성원들과 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학 내에 있으면서 대학과 무관한 기업이 입주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반감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대학의 BI가 계륵에서 백조로 재탄생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대학평가시스템 개혁이 꼭 필요하다. 대학평가시스템과 대학지원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대학은 꿈쩍도 안 한다. 대학평가에 취업률을 반영하는 대신 대학이 창출한 일자리 개수를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 취업률은 대학의 교육 수월성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입학생들의 상대적 능력을 고려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훌륭한 인성교육을 받고 탁월한 전공교육을 받았다고 취업에 특별히 유리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교육의 수월성은 학생들의 입학할 때의 역량과 졸업할 때의 역량 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따져야 하는데 그런 고려가 없는, 졸업 후의 취업률로 대학교육의 질을 따진다는 것은 상당한 오류를 내포하게 된다. 그러므로 취업률이 아닌 대학이 설립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BI에서 창출된 일자리 수, 산학협력으로 창출된 일자리 수가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으로 평가돼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학 지원금이 결정돼야 한다. 대학 내에 설치돼 있고 학생들의 창업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 공간이 아직도 교사(교육공간)로 인정받지 못해 비싼 전기료를 걱정해야 하고, 입주업체들로부터 받는 소액의 임대료 수입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는 현실의 ‘손톱 밑 가시’를 생각하면 ‘대학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종착역에 이르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학생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도 대학의 몫이다. 교양학부에서 개설하는 기업가정신 과목을 전교생이 교양필수로 수강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공학이나 인문학, 순수과학 전공학생들은 기업경영 관련 지식이 부족해 창업에 대한 공포가 훨씬 심하다. 이들의 공포심을 누그러뜨리고 성공창업에 필요한 기초 경영지식을 기업가정신 강의에서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창업에 큰 관심이 있어서 재학 중이나 졸업 후에 창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창업강좌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의 LTV(Launching The Venture)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철저하게 창업현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두 학기 연속 강의이며 강의 종료와 함께 모든 학생들은 팀을 구성해 의무적으로 창업을 해야 한다. 창업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당면하는 여러 난관들을 극복하는데 필수적인 ‘전문가 도우미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해 주는 것도 LTV 프로그램의 핵심 주제다. 실제 창업에는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도 기업가정신을 수강하면서 연마할 수 있는 리더십, 희생정신, 도전정신, 창의적 아이디어 도출 기법 등은 건강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에게 권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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