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를 민비로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감은 이 같은 발언을 한 이배용 한국중앙학연구원장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원장이 이화여대 총장 재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수여하게 된 경위는 물론 심지어 관용차량 운행 기록까지 집중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놓고 벌어진 야당 의원들과 이 원장의 공방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제주 4.3 등 현대사를 따질 때는 "정확히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즉답을 시종일관 피하거나 마지못해 대답하던 이 원장은 자신이 쓴 '한국 역사 속의 여성들'에서 명성황후를 민비로 격하했다는 지적에 "민비는 격하된 표현이 아니다"며 굽히지 않았다.
명성황후는 김씨(실제로는 조선 18대 왕 현종의 비인 명성왕후 김씨)도 있고 저서 처음에 명성황후로 밝혔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민비로 쓸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논리다. 그런데 보통 '민비'라는 호칭이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는 것에 비춰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원장의 역사관에 동의할지는 물음표다.
게다가 이 원장이 명성황후를 민비로 서술한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모임인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날 국감에서 이 원장은 "교학사 교과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동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동안 뉴라이트 계열 학자로 분류된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가 국회 국감장에서까지 '명성황후냐 민비냐'로 호칭 논쟁에 휩싸여 있을 때 양심적인 일본 교사들은 최근 명성황후 생가를 찾아 선조들의 잘못을 사죄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 원장이 그렇게 불러도 괜찮다는 민비 대신 '명성황후'라고 격상시켜 부르는가 하면 앞으로도 계속 찾아오겠다 다짐하고 돌아갔다.
이 원장이 40년 이상 사학을 공부한 '사학자'이며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수장을 맡고 있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원장의 주장대로 명성황후를 민비로 불러도 되는지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국민정서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