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병역기피 의혹, 편향적 역사인식 등 각종 문제 제기… 사퇴여론 거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편향적 역사인식, 아들 병역기피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에 대한 총공세에 나서면서 자진사퇴 압력을 높이고 있다.
유 위원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나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자진 사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햇볕정책은 친북정책" 편향적 역사인식 탓 자질논란 자초
유 위원장은 지난 15일 새벽 교육부 국정감사장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한 부적절한 평가를 내놓으면서 자질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친북·반미 정책이 무엇이 있냐"고 묻자,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 집권한 직후에는 미국에 대해 약간의 비판적 발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처럼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인물이 한국 역사 자료의 조사·수집·편찬 및 간행을 책임지는 국편위의 수장을 맡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유 위원장은) 막말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과거 유 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속속 밝혀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유 위원장이 한국인을 비하한 사실을 찾아냈다. 유 위원장은 1996년 8월 한국논단 '리승만: 그는 누구인가-세목에 철저하며 거시적 판단 구비한 업적주의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그 후 미국에 건너간 그는 짐승과 같이 '저열한 상태에 빠진' 한국민을 기독교를 통해 거듭나게 할 목적으로 신학 공부를 곁들여 했다(133쪽)"고 썼다. 당시 한국인을 '짐승과 같이 저열한 상태에 빠진'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비하한 것이다.
이 밖에 "이승만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존재", "신분적으로 격이 높은 조선왕조 왕족 출신" 등 유 위원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찬양에 가까운 우호적 평가를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
독자들의 PICK!
◇아들 병역기피 의혹… "언어장애" 해명은 거짓 의심
자신의 아들이 병역기피를 위해 미국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에 대한 유 위원장의 해명이 거짓말로 의심받고 있는 점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국편위로부터 제출받은 유 위원장의 인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유 위원장의 아들이 병역을 회피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언어장애 때문에 아들을 미국에서 공부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일주일도 안 돼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아들 유 모씨의 아리랑TV 인사기록표(1999년)를 보면 유 모씨는 외국어능력 기재란에 '한국어-회화 상, 작문 중, 번역 중'이라고 적었다. 유 모씨는 200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 입사 당시 이력서에는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하다(Fluent in English and Korean)'고 기재했다.
유 의원은 또 "유 모씨가 미국사무소에 재직하면서 작성한 한국어 보고서 최신본을 확인한 결과 고급 한국어 문서 활용에도 전혀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의 해명과 정반대의 내용이 아들 유 모씨가 작성한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 위원장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되고, 1년 후 유 모씨가 국제학대학원에 입학한 사실을 바탕으로 특혜 입학 의혹마저 제기된 상태다.
◇여당 무대응으로 일관… 청와대 '인사책임론' 제기
야당 의원들이 유 위원장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음에도 여당에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섣불리 지원에 나설 경우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여 있는 유 위원장을 비호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라이트 성향 학자들로 구성된 바른역사국민연합이 유 위원장을 대신해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지만 여론의 관심 밖에 있다. 바른역사국민연합은 종합편성채널 MBN의 '뉴스스페셜'에 출연한 인사들이 유 위원장을 비판한 것을 문제삼으며, MBN에 대국민 사과와 정정방송을 요구한 바 있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유 위원장이 거센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청와대는 인사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인사였다. 그럼에도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등 자질 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점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활약한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역사관 및 자질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