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능 출제 오류' 평가원의 적반하장

[기자수첩]'수능 출제 오류' 평가원의 적반하장

이정혁 기자
2013.12.09 06:24

"기사가 왜 아직까지 수정이 안됐습니까?"

머니투데이가 지난 5일 보도한 '수능 출제오류 심사 8분30초만에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홍보실장이 따지듯 물었다. 기사는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인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한 이의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을 알린 내용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최근 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날림심사'가 이뤄진 것은 물론, 자문비용이 1억6000만원에 달했다는 보도자료를 교육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수능 출제오류 논란이 뜨거운 만큼 박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본지 외에도 20여개 매체가 내용을 보도했다.

그런데 평가원 홍보실은 다짜고짜 기자들에게 연락해 "사실과 전부 다르다"며 "명백한 오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관련 자료를 요구해 줬을 뿐인데 기자들에게 뿌릴 줄 몰랐다"며 "'을(乙)'의 입장인 평가원이 기사 때문에 국민에게 어떤 질타를 받는지 생각해봤느냐"고 막무가내로 기사수정을 요구했다. 정작 어떤 내용이 사실과 다른 지, 어떤 내용이 오보인 지 해명자료는 내놓지도 않았다.

올해 수능 출제 오류 논란과 관련해 평가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적반하장에 가깝다. "1등급 수험생의 전부가 정답을 맞췄다"며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결론을 내버린 것이나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사실과 다름'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반복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평가원이 논란이 된 문항을 자문한 학회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동안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수험생이 '출제 오류'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여당에서도 문제제기가 시작됐고, 교육부 내부에서도 '평가원장 인책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도 평가원에서는 책임 있는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을이라 억울하다면서 정작 '절대 을'인 수험생은 안중에도 없다.

평가원은 언론만 잘 막으면 책임론을 피하고 이번 사태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그런 걱정 대신 이미 땅바닥에 떨어진 평가원의 공신력을 앞으로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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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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