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노인 160여명 거주 요양원, 화재안전시설 살펴보니

"사실 요양원에 계시는 노인들의 화재 안전을 막기 위해선 창문에 설치한 창살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추락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화재로 인한 안전 대피를 한다는 방안이 다른 안전사고 예방을 침해하는 것이죠."(서울 강서구 C노인요양원 관계자 김모씨(33))
28일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로 환자와 간호사 등 21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노인요양원 내 안전설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대다수인 요양원 내 화재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강서구 C노인요양원. 3~5층 건물 3개동으로 이뤄진 이 요양원에는 각 방마다 3~4명씩 160여명의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요양원은 화재가 발생한 요양병원보다는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손이나 발을 침대에 묶어두진 않았지만 절반 가량의 노인들이 도움없인 거동이 힘든 중풍이나 파킨슨씨병 등을 앓고 있다. 다른 노인들도 걷거나 휠체어, 보행차 등으로 거동은 가능하지만 치매 등으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침실이 마련된 곳으로 올라가자 먼저 거동이 다소 자유로운 노인들이 중앙에 마련된 소파에 모여 앉아있었다. 노인들은 복도를 걸어 다니는 등 운동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열쇠로 장금장치를 풀어야만 작동했다.
노인들이 외부로 나가거나 엘리베이터 사용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는 게 요양원의 설명이다. 추락사 등을 막기 위해 침실내 창문마다 철체 창살도 설치돼 있었다.

층마다 마련된 침실 내부로 들어서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요양원 사무국 직원 김모씨는 "요양원은 요양병원에 비해 건강이 괜찮은 노인들이 거주하고 계시지만 아무래도 70대 넘는 고령이다 보니 사고에 취약하다"며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를 포함해 90여명의 직원들이 안전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침실에는 화재를 대비한 기본적인 시설이 비치돼 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고 물통 형태의 투척용 소화전과 화재뿐 아니라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응급벨이 침실마다 마련돼 있었다.
소화기는 침실 2개 사이마다 하나씩 배치돼 있었다. 특히 지상 3층 이상의 침실에는 풍선처럼 부풀어 미끄럼틀 형태로 탈출이 가능한 대피슈트가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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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층별로 1개만 마련돼 화재가 발생할 경우 층마다 40여명씩 거주하는 노인들의 신속한 대피가 다소 어려워 보였다. 건물간 이동이 가능한 통로도 만들어 놨지만 노인들의 안전을 위해 닫혀 있었다.
김씨는 "사실 화재안전을 생각하면 창살이나 이동통로를 제한하는 것이 장애물로 작용 할 수 있지만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지"라며 "거동이 불편한데다 장애물까지 있으니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특히 대부분의 간호사나 요양관리사 등도 50대 이상이어서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시 제대로 구조가 가능할 지도 미지수"라며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청결과 안전을 유지하고 소방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관련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해당 요양원은 매년 2회 가량 자치구내 소방서와 안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자체적인 교육과 소화전과 소화기 점검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