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희연 교육감이 놓치고 있는 것들

[기자수첩]조희연 교육감이 놓치고 있는 것들

서진욱 기자
2014.08.11 06:24

자율형사립고를 둘러싼 실타래가 꼬여만 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은 전체 자사고 49곳 중 25곳이 위치한 서울이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2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두 차례 열고, 자사고 폐지를 규탄하고 나섰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도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타협점을 찾진 못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는 일반고 살리기 정책의 일환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다. 자사고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반고의 슬럼화 현상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리는 조 교육감이 추진 중인 '고교균형배정제(일반고의 학생성적분포가 비슷하도록 신입생을 배정하는 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불균형적인 학생들의 성적 분포를 일반고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고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 좋은 대학에 많이 진학하면 일반고의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성적과 대학진학률을 문제 해결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오히려 획일적인 대입경쟁교육의 틀이 공고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조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일반고 전성시대'는 대입경쟁교육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조 교육감을 선택한 유권자들은 그 틀을 깨주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돼 온 일부 자사고는 지정취소가 돼야 할 것이다. 다만 폐지하기 전에 공정한 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 교육감은 취임 전 실시된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이유로 '공교육영향평가'를 새로 도입했다. 조 교육감 주장대로 자사고라는 제도 자체가 공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를 자사고 평가에 도입한다면 제도를 도입한 교육당국의 책임을 개별 학교에 전가시키는 것이다. 자사고뿐 아니라 개별 혁신학교와 특성화고, 특목고 등에 대한 평가는 해당 제도가 아니라 지정목적에 따라 제대로 운영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일반고, 당연히 살려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일반고가 어떤 상태에 다다랐을 때 '살아났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조 교육감은 자신이 말하는 일반고 살리기가 뭔지, 그것을 위해 왜 자사고가 폐지돼야 하는지를 시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에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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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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