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SAT1에 이어 6월 SAT2 '세계사' 만점자 속출

지난 6월 치러진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문제도 불법 유출된 것으로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확인됐다.(관련기사☞[단독]SAT 문제 또 유출…"만점 보장에 5000만원")
특히 일부 부유층 학부모는 자녀가 다니는 어학원에서 불법 유출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암묵적으로 묵인해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교육부와 SAT학원가에 따르면 지난 6월7일 실시된 SAT2(SAT Subject Test) World History(세계사)가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유출돼 만점자가 속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SAT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과 칼리지보드(collegeboard)는 기출문제 공개 자체를 엄격히 금지한다. 검찰도 SAT 문제 유출을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11월 학원장과 브로커 등 22명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압구정에 있는 한 어학원은 시험 전날 학생들을 불러 세계사 과목 95문제를 수차례 반복해 답을 외우게 만들어 800점 만점을 받게 했다. 불법 문제 유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어학원은 서울에 있는 명문 외국인학교 학생들이 몰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학생 부모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력 인사나 심지어 공무원까지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문제의 어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세계사 과목을 3~4번 이상 집중적으로 풀게 했다"며 "외국인학교 고학년 학부모들은 불법 문제 유출 정보를 이미 접하고 그 어학원에 자녀를 보냈고, 실제로 다음날 시험에서 100% 동일하게 출제됐다"고 폭로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어학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수백 명이 이런 불법 문제 유출 사실을 철저히 함구해 교육당국의 단속도 피해갔다. 또 다른 학부모는 "만점을 받은 학생은 이제는 그 어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데 급급해 한다"며 "결국 기출문제를 보지 않은 선의의 유학준비생들만 피해를 본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불법 문제 유출이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SAT 주관사가 한국에 시험지를 배송하자마자 브로커가 중간에 가로채 어학원과 일부 부유층 학부모에게 건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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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SAT 학원 관계자는 "6월 시험의 경우 전 세계에서 한국 등 일부 부정행위로 찍힌 나라만 문제가 다르게 출제됐다"며 "그런데 세계사가 100% 적중했다는 것은 브로커나 테스트센터 내부에서 시험지를 완벽하게 빼돌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문제 삼았다.
올 들어 6월과 10월까지 모두 두 차례나 SAT 불법 문제 유출 사건이 벌어지자 교육계에서는 문제의 어학원과 해당 외국인학교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자기 자녀만 잘되면 된다는 삐뚤어진 교육열이 불법 문제 유출 사태를 몰고 왔다"며 "국내 사교육 시장을 흐린데다 명백한 불법인만큼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서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AT 공동주관사인 ETS는 "한국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수험생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한 학원 등은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