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 빼곤 다 있는데 30~50% 저렴"…편의시설 부족은 '아쉬움'

"만져볼 수 있잖아요. 인터넷은 편하긴 한데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만 못하죠."
"사기 안 쳐요. 요새가 어떤 세상인데 손님들도 다 압니다.(웃음)"
새학기가 시작된 지 1주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동대문 문구·완구 거리는 몹시 붐볐다. 매섭던 꽃샘 추위가 물러간 거리에는 봄기운과 함께 두 손 가득 장난감을 든 어린이들의 웃음꽃이 피었다.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는 1970년대 태동한 문구 및 완구 도매시장으로 '우리나라 모든 문구류와 장난감은 이 곳을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한국 문구·완구 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종로구에 위치해 있지만 주변에 동대문이 있어 동대문 문구·완구거리로 통칭되는 이 곳은 120여개의 점포가 이어진 500m 가량의 거리에 마치 피터팬이 부려놓은 듯한 동심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4번출구를 나와 20m쯤 걷자 시장 입구가 나왔다. 쭉 뻗은 거리에는 크레파스로 칠해 놓은 듯 알록달록한 완구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입구부터 스케치북이나 파일, 색연필 같은 문구류는 물론, 로봇과 인형 등 수많은 장난감들이 손님과 눈을 맞췄다.
중랑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한 주부는 이미 한 손 가득 쇼핑백을 쥐고 있었다. 그는 "날씨도 좋은데 나들이 삼아 왔다"며 "인터넷에서 가격을 보고 왔는데 예산을 '오버'하지 않았다"며 흡족해 했다.
동대문 문구·완구 도매시장은 시중에 비해 30~50% 저렴한 가격에 문구와 완구를 구입할 수 있다. 이는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떼어오고, 대량으로 유통하는 도매와 개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

송동호 동대문 문구·완구 도매시장 번영회장은 "교통의 요지라 접근성이 좋고 청계천이 인근에 있어 나들이 삼아 나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에게도 알려져 많이들 찾는다"며 "일반 마트에서는 구하기 힘든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도 이 곳에서는 구할 수 있다"고 전해 수 십 년간 이어진 인프라의 강점을 설명했다.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는 2014년 크리스마스 시즌, 물량이 모두 동나 '대란'을 불러일으켰던 장난감 모델이다.
시장에는 외국인들과 중국어로 상인과 대화하는 관광객이 생각보다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나 이들은 일반 쇼핑객과 비교해 훨씬 많은 수의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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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사라 밝힌 애슐리씨(29·호주)는 "학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려 셀카봉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셀카봉 두 개를 8000원에 샀다.
주말이 되면 이곳은 더욱 활기를 띈다. 송동호 회장은 "일요일에는 거의 3만명이 거리를 채운다"며 "최근에는 새학기를 맞아 문구류 판매가 피크"라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의 영향으로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20년간 이곳에서 문구 상점을 운영한 한 모씨는 "5~6년부터 장사가 확 꺾였다"고 말했다. 바빠 보인다고 말을 걸자 "안 바쁘니까 그 쪽하고 이야기하지"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는 이어 "동네 문방구도 다 없어지지 않았냐"며 "다들 인터넷에서만 사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된 이후 많은 소매점이 문을 닫아 시장을 찾는 중간상인이 부쩍 줄었다는 게 그의 푸념이었다.
완구상에서 일하는 염기도씨는 "대형마트와 비교해 주차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장난감은 부피가 커서 들고 다니기가 쉽지 않은데 주변 유료주차장의 주차비가 만만찮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대형마트의 편의성과의 경쟁에 놓인 시장상황이 녹록치 만은 않다는 이야기였다.
통계청의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2006년 2만191개이던 전국의 문구 소매점은 2014년 1만3496개로 33% 가량이 문을 닫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문구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고 대형마트에 신학기 학용문구 할인행사 자제 등 자율적 사업축소를 권고했다. 또한 최근 종로구 구의회 부의장인 이재광 의원은 동대문 문구·완구 도매시장에 올해 내로 3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며 시장입구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각 점포의 천막과 간판을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6시가 되자 시장 분위기는 넘어가는 햇볕 만큼이나 점차 어둑해졌다. 본래 영업시간은 오후 7시까지이지만, 상인들은 하나 둘씩 바깥에 진열된 물품들을 가게 안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은 급히 물건을 찾아 상인들과 흥정하기에 분주했다.
그 무렵, 모퉁이에서 어머니 손에 이끌려 볼 일(?)을 보는 어린아이가 보였다. 구석진 곳에서 자녀를 돕는 어머니의 손에는 새로 산 듯 보이는 캐릭터 우산이 쥐여 있었다.
인근 상점에서 문구용 가위 하나를 사며 주변 공중 화장실을 물었다. 상인은 가게 안쪽을 가리키며 "급하면 저기 들어가서 쓰세요. 이 근처는 없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확인 결과 현재 문구·완구 거리에는 이렇다 할 소비자용 공중 화장실이 없었다.
송동호 회장은 "공중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다소 불편한 점"이라고 멋쩍어하면서도 "직접 (문구와 완구를) 만져보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