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계를 자사고 전환 전으로 돌리고 싶다"

[기자수첩]"시계를 자사고 전환 전으로 돌리고 싶다"

최민지 기자
2015.07.14 06:13
최민지 기자.
최민지 기자.

'우리의 바램은 자율/학생들 바램도 자율/자사고 학부모 모여/자율을 외치자'

지난 6일 오전 9시,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 500여명에게 배포된 노래 가사다. '우리의 소원'을 개사한 것으로, 집회를 위해 서울 자사고학부모연합회에서 준비한 노래다.

이날 서울 시내 24개 자사고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개최하는 자사고 운영성과 지정취소 청문에 반대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현란 서울 자학연 회장은 이들 앞에 서서 집회를 진두지휘했다.

시위 경험 없는 학부모들이 우왕좌왕 하자 이 회장은 "더운 건 알지만 선글래스를 쓴 학부모는 잠시 (선글래스를) 벗어달라", "빨리 주목하면 시위를 빨리 마쳐주겠다" 등의 말로 대열을 정비했다.

아마추어같았던 학부모들은 집회가 시작하자 돌변했다. 오전 10시엔 청문회장으로 들어가려는 홍운식 경문고 교장을 수십명의 학부모가 막아서기도 했다. 때론 '아침이슬' 등 여느 집회나 시위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에 맞춰 피켓을 흔들었다. 같은 장면은 다음날 열린 장훈고, 세화여고 청문 때도 연출됐다.

대외적으로 나서기를 꺼리는 명문고 학부모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대응한 이유는 뭘까. 명분은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에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자사고는 교육감 선거 때마다 진보와 보수 진영 후보들이 대척점을 형성하는 주제였다.

'자사고 프리미엄'이 사라질 수도 있단 불안감도 학부모의 행보에 한몫했다. 자사고의 한 교사는 "많은 학부모들이 일반고로 전환하면 면학분위기가 흐트러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반고보다 훨씬 많은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만연해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자사고로 전환하며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자 학교 운영에 대해 걱정이 커진 것이다. 한 자사고 행정실 관계자는 "시계를 자사고 전환 전으로 돌리고 싶다"고 토로할 정도로 재정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이번에 지정취소 대상에 오른 경문고는 2011~2014학년도까지, 미림여고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총 4개년에 걸쳐 지원자 미달 사태를 겪었다. 장훈고 역시 2011~2012학년도, 2014학년도 지원율이 1대1이 되지 않았다. 미림여고는 이미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미달 사태를 반복하는 학교가 '자사고' 명패를 유지하려면 학생들이 더 큰 재정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학교 역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혀야 한다. 비교육적인 이유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현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 같은 어려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