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교육청, 사립학교 '표적감사' 논란…문제는 '해직 교사'

[단독] 서울교육청, 사립학교 '표적감사' 논란…문제는 '해직 교사'

최민지 기자
2015.09.21 05:03

"감사 대상에서 빼주겠다, 교육감과 식사자리 마련하겠다 등 협박·회유 일삼아"

서울시교육청이 특정 사립학교 재단들에 대해 '표적 감사'를 실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재단이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측근, 혹은 지지자인 교원에게 중징계를 내린 이력이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들 교원이 감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달 영훈학원(영훈국제중, 영훈고)과 상록학원(양천고)을 대상으로 약 2주간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감사는 시교육청이 매년 수립하는 연간 감사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관장인 교육감의 최종 결재를 따로 받아 진행됐다.

시교육청이 밝힌 감사 사유는 영훈학원의 경우 관선이사 임기 만료(11월)에 따른 성과평가, 상록학원은 민원에 의한 특정감사가 각각 제시됐다.

하지만 내막에는 두 재단이 중징계를 내린 전직 교사들의 법적 분쟁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계 취소 소송에서 수세에 몰린 해직 교사들을 돕기 위해 시교육청이 감사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논란의 전직 교원들은 조희연 교육감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 자신을 해임한 상록학원과 소송 중인 김모 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은 조 교육감이 당선된 직후 구성한 인수위원회에서 자문위원을 지냈다. 올해 초 시교육청이 공모한 개방직 감사관에도 지원했으나, 3년 간 공직 진출을 금지하는 상록학원의 해임 처분으로 인해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영훈재단으로부터 파면돼 교원소청위원회와 소송 중인 정모 전 영훈고 교감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사학을 바로세우려는 시민모임'(이하 사바모) 회원이다.

재단 관계자들은 "두 전직 교원이 조희연 교육감 등 시교육청 네트워크를 빌미로 재단을 압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록학원 내부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 측이 감사 전 '조희연 교육감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겠다' 등의 말로 재단 관계자를 지속적으로 회유, 협박했다"며 "시의회 관계자 등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김 전 의원이 자신이 비리를 폭로해 해임된 전 이사장의 인사조치와 자신의 해임을 맞바꾸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훈학원 관계자 역시 "시교육청 관계자가 '정 교감을 복직시켜주면 국제중 재지정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한 지원을 해 주겠다', '감사 대상에서 영훈초는 빼주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영훈재단은 지난 6월말 사학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정상화 판정을 받고 정이사 취임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이번 감사가 영훈고 정상화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두 전직 교원은 현재 징계 취소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정 전 교감은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배임수재 혐의로 벌금 1000만원형을 확정받고 영훈학원으로부터 최종 파면됐다. 이후 재단에 반발, 교원소청위원회에 징계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7월 소송이 기각되자 정 전 교감은 또 다시 교원소청위에 대한 행정심판원 소송을 진행 중이다.

상록학원은 의원과 교사를 겸직할 수 없다는 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김 전 의원에게 해임 통보를 내렸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시의원 임기를 마친 후 상록학원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재단이 승소하자, 김 전 의원은 곧장 항소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달 26일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어야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교육청의 감사를 이유로 선고일 이틀 전 10월로 판결을 미뤘다.

한편, 표적 감사 논란에 대해 시교육청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훈고의 경우 임시이사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인가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었고, 양천고는 비리에 대한 민원이 시의회 등에서 계속 문제가 돼 감사를 실시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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