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 달이 꼭 1년 같았습니다."
최근 만난 교육부 인사의 말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취임 전후 분위기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신임 장관 지명,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 국회 국정감사, 비리 사립유치원 실명 공개와 종합대책 발표 등 일련의 일정이 숨가쁘게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유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지날달 2일 교육부 수장에 오른지 한 달이 지났다. 인사청문회에선 확인된 위장전입에다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은 숱한 의혹 탓에 청문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했고 결국 '반쪽짜리 장관'으로 집무를 시작했다. 대정부질문·국정감사에선 청문회 연장선에서 야당의 외면을 받았다. 유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취임하자마자 고교 무상교육 1년 조기 도입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철회,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 검토 등 교육계에 파급력이 큰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쏟아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유 장관이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결정장애' 비판을 받은 전임 장관과의 차별화나 야당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 해소, 2020년 4월 총선 출마 염두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유 장관은 그 뒤로도 △유치원·초등 1학년 교실 방문 △장애 학생 폭행사건 발생 특수학교 방문 △사립유치원 학부모 간담회 △'스쿨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대책 논의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직원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 개설 △직급별 회의 등을 통해 소통하려는 움직임도 연출했다.
국감을 거치면서 유 장관은 호기를 맞았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계기로 한층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절대 다수가 사립유치원 개혁을 지지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 장관이 '단호'나 '엄정 대처'를 언급할 땐 강한 자신감도 묻어났다. 그러나 유 장관에게 유리한 국면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지금 당장은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가려져 있지만 교육계 현안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교육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 이분법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소통이란 이름으로 경청 만이 미덕은 아니라는 얘기다.
밑바닥 교육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설득,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칫 여론에 떠밀려 눈앞의 현안 관리에 치중하다 보면 근시안적인 업무 수행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성급한 성과내기식 정책 추진보다 중장기적 국가교육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이라는 교육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교육정책을 다루면서 유연해져야 할 교육공무원들이 외풍에 시달리면서 특유의 보수적 색채가 더 짙어진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유치원 종합대책 마련 와중에 "우리는(교육부는) 법령개정을 생각하지도 않는다"거나 "유치원입학시스템 '처음학교로'의 사립유치원 참여율 목표가 10%"라는 등 정책 추진과 동떨어진 인식을 하고 있는 관료는 한둘이 아니다. 교육부 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통한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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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관은 취임식에서 "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기대로 바뀌고 교육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믿음으로 바뀌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과의 이 약속은 1년여 뒤 판가름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