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풍'에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창문 '와장창'…막을 방법이 없다

'빌딩풍'에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창문 '와장창'…막을 방법이 없다

오진영 기자
2020.09.09 08:29
제10호 하이선 (HAISHEN)이 북상한 7일 오전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 깨진 창문에 합판이 부착돼 있다. 2020.9.7/사진 = 뉴스 1
제10호 하이선 (HAISHEN)이 북상한 7일 오전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 깨진 창문에 합판이 부착돼 있다. 2020.9.7/사진 = 뉴스 1

최근 나흘간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잇따라 부산을 강타하면서 해안가의 최고급 고층 아파트 창문이 수십 장씩 깨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이를 두고 고층 건물 주변의 '빌딩풍'이 피해를 곱절로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오전 '하이선'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 부산 해운대구 일대는 '빌딩풍'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일대 도로의 신호등과 버스정류장 알림판 등 구조물은 강풍에 잇따라 휘어졌고, 각종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나뒹굴었다.

이 '빌딩풍'이 국내 최고층인 101층 아파트 해운대 엘시티와 마린시티를 덮치며 외벽 타일과 유리 수십 장이 뜯겨 나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인근 신호등의 강철 기둥이 끊어지기도 했으며, 광안리 해수욕장 수영강변 아파트에서도 외부 유리가 파손됐다.

빌딩풍은 넓은 공간에서 불던 바람이 고층 빌딩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바람이 고층 건물 사이를 지나면서 서로 부딪히면 기존 속도의 2배 이상으로 풍속이 빨라지며, 때로는 회오리를 만들기도 한다.

정부 주관 빌딩풍 연구를 진행 중인 부산대학교 학술용역팀에 따르면 지난 3일 주변 평균 풍속과 비교한 결과 엘시티 뒤편은 건물 앞쪽보다 50% 이상 풍속이 강했다. 건물 일대의 풍속이 초속 40m일 때 엘시티 특정 지점은 초속 60m 이상의 강풍이 불었다.

제10호 하이선 (HAISHEN)이 북상한 7일 오전 부산 해운대의 한 거리에 가로수가 쓰러져 있다. 2020.9.7/ 사진 = 뉴스 1
제10호 하이선 (HAISHEN)이 북상한 7일 오전 부산 해운대의 한 거리에 가로수가 쓰러져 있다. 2020.9.7/ 사진 = 뉴스 1

지난 7일에는 강풍이 너무 심해 빌딩풍을 측정하다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빌딩풍 용역단장인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교수는 "엘시티 주변은 초속 60m를 넘어서자 측정이 불가능했다"며 "빌딩풍으로 바람이 강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운대 앞바다의 관측소 측정값인 초속 24m의 2배가 넘는 세기로,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빌딩 사이를 지나며 2배 이상 강해진 것이다. '마이삭' 상륙 당시 인근 마린시티 일대의 바람세기 초속 34m보다도 훨씬 강한 수치다.

그러나 빌딩풍은 아직 뚜렷한 피해방지대책이 없다. 빌딩풍은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되지 않으며, 현행 건축법에서도 재해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다. 피해를 예방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빌딩풍 피해 예방을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놨다. 빌딩풍 피해가 컸던 영국의 경우 건물 사이에 방풍 스크린을 설치하고 인도에 스크린을 만들었으며, 중국 광저우의 한 빌딩은 건물 중간중간에 바람이 빠져나가는 '바람 구멍'을 설치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정부는 이제라도 빌딩풍을 재난에 포함해 정부 차원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건축 허가시 빌딩풍 환경영향평가 기준 포함, 방풍시설 설계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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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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