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단 폐교' 은혜초, 2년만에 학교 폐쇄명령… 소송戰 비화

[단독]'무단 폐교' 은혜초, 2년만에 학교 폐쇄명령… 소송戰 비화

최민지 기자, 한민선 기자
2021.03.28 07:30
2018년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의 모습. /사진=뉴스1
2018년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의 모습. /사진=뉴스1

3년 전 '기습 폐교'로 논란을 빚은 사립학교 서울 은혜초등학교에 대해 관할 교육청이 학교폐쇄명령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교육청은 이사장에 대해서도 임원취임처분을 내렸다. 학교 측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교육청, 은혜초 학교폐쇄명령… 소송전 이어지며 2년만에 조치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 폐교를 강행하고 학교 정상화 시정명령을 불이행 하는 등의 이유로 은혜초에 대해 지난해 7월말 학교폐쇄명령처분을 내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제65조)에 따르면 △학교의 장 또는 설립자·경영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초중등교육법이나 그밖의 교육관계 법령, 이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휴업·휴교 기간을 제외하고 계속하여 3개월 이상 수업을 하지 않은 경우 학교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교육청은 "은혜초가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은혜초가 폐교 수순을 밟은 건 2018년 3월이다. 최종 처분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시교육청은 "학교폐쇄 권한을 놓고 법적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은혜초는 2017년 말 서울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 인가 신청을 한 후 학생과 학부모에게 폐교를 통보했다. 학부모 반발로 논란이 일자 학교와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은 폐교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고 정상적으로 신학기를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신학기가 시작되자 사실상 폐교를 강행했다. 재학생들에게 담임교사를 배정하지 않고 남은 30여명의 학생에게 높은 등록금을 책정해 전학을 유도했다.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은 폐교를 강행한 은혜초에 대해 학교 폐쇄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은혜초 측은 "학교 폐쇄 명령이 본청(서울교육청)이지원청에 위임한 권한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초 은혜초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본청인 시교육청이 나서서 학교 폐쇄명령을 다시 내린 것이다.

시교육청은 폐쇄명령 위임 절차 관련,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현재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 은혜초 학교법인인 은혜학원 이사장 김모씨에 대해서도 임원취임취소처분을 내렸다. 무단폐교 강행과 시정명령 불이행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같은 처분에 대해 "은혜초와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은혜초 측은 지난해 9월 시교육청에 불복하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은혜초 폐교는 학교가 아닌 학령인구 감소, 관할청의 방관으로 인한 것이며 학교폐쇄명령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취지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이사장의 임원취임취소 처분에 대해 반발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폐교 논의 번복, 학생들의 상처… "사학 공공성 중요"

서울 은평구 소재 은혜초의 학교법인인 은혜학원은 지난 2017년 12월 이사회를 개최해 이사 전원의 동의로 학교의 폐교를 의결했다. 이에 학교 측은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같은달 28일 서울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 인가 신청을 내고 같은 날 학부모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기습 폐교'에 학부모들이 반발하며 논란이 커지자 학교와 서부지원청은 폐교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고 정상적인 신학기를 운영하기로 했다.

당시 시교육청은 "학교가 사유재산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일방적으로 폐교를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사학의 공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학교법인 측이 일방적으로 은혜초를 무단 폐쇄할 경우 다른 무엇보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사안을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은 교육청의 노력에도 남아있던 30여명의 재학생 측에 전년 대비 2.5배 인상된 390여만원의 수업료를 납부하라고 안내하고, 개학 때까지 담임교사를 배정하지 않았다. 결국 남아있던 재학생 전원이 전학을 결정하게 되면서 학교는 2018년 3월8일자로 사실상 폐교됐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올초 법원은 재학생 300만원과 학생 50만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사장 역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서울서부지법은 초·중등교육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교법인 은혜학원 이사장 김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육당국과 학부모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폐교를 독단적으로 추진했고, 폐교인가 신청이 반려된 뒤에도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출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끌고 갔다"며 "은혜초가 사실상 폐교 수순에 접어들게 된 것은 피고인의 의도된 행동의 결과"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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