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인구도 지역인구로"…'생활인구' 제도화에 나서는 정부

"주말농장 인구도 지역인구로"…'생활인구' 제도화에 나서는 정부

정현수 기자
2021.11.02 07:00

[MT리포트]인구정책 패러다임 시프트①

[편집자주] 정부가 지난달 초광역협력 지원전략과 인구감소지역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도 4년 만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를 통해 균형발전을 인구정책과 연계해 접근하고자 하는 정부 인구정책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생활인구 등 새로운 인구개념을 도입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강조한 상향식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정책 패러다임의 시프트(Shift·이동)를 시사했다. 정부의 인구정책 변화 양상을 살펴본다.

#올해 6월 말 기준 혁신도시로 내려간 공공기관 직원 중 기혼자는 2만9710명이다. 이 중 가족과 동반이주한 사람은 1만7358명(58.4%)에 불과하다. 나머진 가족을 두고 혼자 이주했다. 단독이주자들은 대부분 주말에 가족이 있는 수도권으로 향한다. 주소지와 생활권이 나눠졌다는 의미다.

#지난달 주민등록인구 상 1인세대 비율은 40%다. 하지만 가장 공신력 있는 인구통계인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가구 비율이 31.7%다. 주민등록인구 통계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주소지와 실제로 사는 곳이 다른 사람들이 상당수다.

정부가 변화하는 사회상에 맞춰 생활인구 등 새로운 인구개념의 제도화에 나선다. 이미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교통 등 행정수요에 맞춰 생활인구와 체류인구 등 다양한 인구개념을 도입했는데,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제도화를 추진한다. 과거와 달리 지방소멸 대응 차원에서 검토하는 정책이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조만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한다. 특별법에는 생활인구의 개념이 담긴다. 정주인구와 구분되는 새로운 인구개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안전부는 생활인구의 구체적인 개념을 법제처 등 관계부처와 논의 중이다.

"주소지와 생활하는 곳이 다르다"…생활인구가 뭐길래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생활인구와 유사한 개념들은 이미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서비스인구(Service Population)다. UN은 상주인구가 지역의 서비스 수요·공급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경우 서비스인구를 작성하도록 권고한다. 국내에선 서비스인구를 생활인구와 혼용한다.

생활인구는 통상 특정지역과 특정시점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로 정의된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KT의 이동통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생활인구를 집계하고 있다. 서울시의 10월26일 기준 일일평균 생활인구는 1086만6000명이다. 950만명대인 주민등록인구와 100만명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는 교통 등 행정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생활인구를 도입했다. 반면 지방은 관광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인구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의 인구를 앞지르면서 지방소멸 대응전략의 하나로 생활인구가 거론된다. 일본이 도입한 관계인구의 개념도 '터닝 포인트'였다.

일본은 지방창생(지방활성화 정책) 중 하나로 관계인구 확대에 나서고 있다. 관계인구는 정주인구와 교류인구의 중간쯤이다. 주민등록을 옮겨오지 않더라도 지역의 활력에 도움이 되는 인구 정도의 풀이가 가능하다. 주소지를 옮기지 않은 해당 지역 근로자, 지방 주말농장을 이용하는 수도권 주민 등이 해당된다.

전대욱 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관련 행정이나 정책에 있어 인구는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현대사회의 이동성과 생활패턴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인구 등 거주인구 외에 새로운 인구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법에 담길 용어는 관계인구보다 생활인구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과 동일한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다 이미 각 지자체에서 생활인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내년도 예산안에 생활인구라는 표현을 쓰면서 생활인구 측정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지원 예산 10억원을 담았다.

생활인구 도입, 무엇이 바뀔까?

정부가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생활인구의 제도화에 나서는 것은 현행 인구개념의 정책적 한계 때문이다. 주민등록 등 정주인구는 지방교부세, 예비타당성 조사, 지자체 기준인건비 등의 산정기준이다. 주민등록인구가 늘어난 지자체는 교부세를 더 받고, 예타 경제성 평가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지자체가 인구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출산지원금과 같은 정책으로 인구를 늘리더라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생활인구는 지자체끼리의 인구를 뺏어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의 활력을 유도할 수 있다.

박성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생활인구를 늘려서 끊임없는 교류가 이뤄진다면 지역의 활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별법에 생활인구의 구체적인 요건을 담겠지만, 주말농장 등 체류인구 등을 생활인구에 포함하고 생활인구에 따라 교부세나 기준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거론된 복수주소제는 특별법에 포함되지 않는다. 복수주소제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복수의 주소제를 두도록 하는 제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혹은 대도시와 비대도시를 나눠 복수의 주소지를 두면 지방인구 감소와 지방재정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과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균형발전 분야의 대표적인 인사들이 복수주소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거주요건의 판단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특별법에 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고향사랑기부금법의 현황 등을 보며 추가적인 검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차미숙 선임연구위원은 "특별법이 발의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텐데 다양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주하지 않더라도 체류인구가 지방에서 소비를 하고, 관계인구가 다양한 기여를 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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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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