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선진도시들은 창의적 디자인의 건축을 장려해 지역 명소화, 도시 이미지 개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2차 세계대전 후 도시 재건과정에서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창의적 디자인 정책을 추구했고, 오늘날 매년 관광객 1000만명, 관광 수입 8000억 원에 이르는 창의적 건축의 도시로 발전했다. 이것은 네덜란드 건축법이 높이와 일조권 같은 최소 기준만 두고, 기타 규정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서울의 건축물은 선진도시에 비해 개성과 디자인적 창의성이 부족해 단조로운 경우가 많다. 서울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공공분야 혁신방안은 예술성과 상징성을 갖춘 공공건축물 조성을 위한 '선(先) 디자인, 후(後) 사업계획' 방식의 행정시스템 도입이다.
이전에는 사업계획을 수립해 규모에 따라 공사비를 먼저 책정하고, 예산에 맞춘 디자인과 공사를 하다 보니 창의성이 부족한 공공건축물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혁신방안은 '기획디자인 공모'를 실시해서 창의적인 디자인과 콘텐츠를 먼저 확정한 후, 이에 맞는 적정 설계비와 공사비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혁신방안의 첫 시범사업인 노들 예술섬 사업은 작년 12월에서 지난 3월까지 기획디자인 공모를 진행했다. 기획디자인 공모는 선정위원회를 통해서 세계적으로 검증된 국내외 건축가 7인을 선정해 '자연과 예술, 색다른 경험이 가득한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을 목표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안받았다.
기획디자인 공모라는 새로운 절차를 도입했을 당시엔 구체적인 설계안 없이 디자인만 받는 것이 무슨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건축가들이 제안한 디자인을 보니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서서 당장 구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보니 앞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또 제출된 디자인들 하나하나가 가진 독창적인 면모를 보고 있자면, 이번 사업기획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제안받은 7개의 작품을 어떻게 하나의 그림으로 담아낼지 시민과 함께 고민하면서 '노들 예술섬'을 만들어 갈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5월에 서울시청과 노들섬 등지에서 작품전시회를 열어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도 개최한다고 하니,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노들 예술섬 사업은 '선 디자인, 후 사업계획'을 적용하는 첫 시범사업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 이 사업을 통해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이 잘 정착되고 공공 및 민간분야의 수준 높은 디자인의 건축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서울이 '창의적 건축의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