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 감독 "장애, 받아들였을 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한민수 감독 "장애, 받아들였을 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경기=노진균 기자
2025.05.26 15:44

한민수 감독 인터뷰
평창패럴림픽의 '슬로프 영웅', 이제는 희망을 전하는 동기부여 강연가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포기하지 않은 삶…"누군가의 이유가 되고 싶었다"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한민수 감독. /사진제공=한민수 감독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한민수 감독. /사진제공=한민수 감독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식 성화대 마지막 구간에서 의족을 착용한 채 가파른 슬로프를 오르며 불꽃을 안고 올라갔던 인물. 전 세계 수억명의 시청자 앞에서 장애를 딛고 한국을 대표했던 한민수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이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 도전은 그가 오랜 시간 누벼왔던 빙판 위가 아닌, 연단 위다. 그는 '장애인식개선 전문 강연가이자 동기부여 연사'라는 2번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여념이 없다.

두 살 무렵, 잘못된 침 치료로 시작된 관절염. 고통은 이어졌고, 목발은 학창 시절의 그를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운동장을 누비며 축구를 했고, 산을 오르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다.

하지만 20대 중반 제때 치료받지 못한 왼쪽 무릎은 결국 골수염으로 이어졌고, 30세 되던 해 왼쪽 다리를 절단하게 됐다.

그는 "그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지만, 이후의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았다. 특히 2000년에는 파라 아이스하키라는 '운명의 종목'을 만나게 됐다.

2018년 열린 평창 페럼림픽에서 아이스하키팀 국가대표로 출전한 한민수 감독(오른쪽)이 동메달을 획득한 뒤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민수 감독
2018년 열린 평창 페럼림픽에서 아이스하키팀 국가대표로 출전한 한민수 감독(오른쪽)이 동메달을 획득한 뒤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민수 감독

파라 아이스하키에 입문한 그는 국내 유일의 팀이었던 강원도청팀 주장을 맡았고, 자연스럽게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평창 패럴림픽에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그는 "그날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서 내가 가진 경험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한 감독은 최근 6년간 크고 작은 무대에 섰다. 처음에는 중도장애인을 위해 강연에 나섰지만 정작 대상은 대부분 비장애인이었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누구보다 중도장애인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한 감독은 어느 날 갑자기 장애를 안고 세상으로 나와야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현실적인 공감과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보다 '받아들였다'는 말이 맞다"면서 "받아들이기까지 오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삶이 다시 시작된다"고 했다.

새로운 꿈을 위해 그는 올해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장애와 비장애라는 틀을 벗어나 모두에게 희망을 전하는 강연가'라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했다.

첫 강연에서 25분을 채우지 못해 쩔쩔맸던 기억도, 평창 이후 초등학생들에게 받은 400통의 편지도 모두 그의 삶을 이끄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한 그는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실질적인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 감독은 "내가 겪은 수많은 도전, 그것들은 실패가 아니라 시작이었다"면서 "장애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 마음가짐과 행동을 알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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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균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노진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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