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우리동네 육아반장①-1

"임신 7주에 초음파를 보러갔더니 아기집이 2개 보이더라구요. 한번에 쌍둥이라니 너무 기뻤죠. 그런데 2주 뒤에 다시 초음파를 보니 3개로 늘어난거에요. 세쌍둥이는 무조건 미숙아로 태어나기 때문에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에서 애를 낳아야 한대요. 사는 곳은 청주지만 의료 대란 등으로 충북대병원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낳게 됐어요."
간호사이자 육아유튜버(뽀뇨의 행복한 이세상 나들이)인 최문석씨(31세)는 올해 네 아이의 아빠가 됐다. 2023년에 태어난 첫째 최해솔양이 '너무 귀여워서' 유튜브를 찍을 때까지만해도 여느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올해 4월 자연임신으로 뜻밖에 세쌍둥이가 태어나면서 요즘말로 '인생 강제 하드모드'가 됐다.
세쌍둥이 최해찬·해온·해윤이는 엄마가 28주부터 진통을 느껴 한달간 입원하고 32주6일에 태어났다. 뱃속 태아는 36주 이상이어야 자가 호흡 등 필요한 대부분의 장기가 완성된다. 이 때부터 출산을 위해 자궁이 수축되는데, 다태아들은 단태아에 비해 두세배로 무겁다보니 자궁이 36주 이상으로 판단하고 출산 준비를 해버리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산모는 자궁수축을 막는 억제제를 맞으며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자궁수축억제제의 건강보험급여는 3회차까지 뿐. 한달동안 주기적으로 억제제를 맞고 퇴원하자 명세서엔 1100만원이 찍혀있었다. 물론 신생아 중환자실비용 210만원(인당 70만원)은 뺀 금액이다. 최 씨는 "제왕절개는 포괄수가제(DRG)가 적용돼 비싸지 않았고, 세쌍둥이도 미숙아 지원을 받았지만 막상 다태아 산모 의료는 비급여 항목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신·출산은 실비 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최 씨는 1100만원을 그대로 내야 했다.

출산 후에도 세쌍둥이는 돌발 상황의 연속이었다. 아기들의 진료를 위해 대구까지 왕복 4시간을 운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수의 권유로 받은 미숙아의 다리 초음파검사는 비급여로 1인당 17만원이었다. 최근에는 겨울을 앞두고 RSV 예방접종인 시나지스를 권유 받았지만, 한번에 100만원씩 5회를 맞아야 한다. 1명씩 500만원, 총 1500만원인셈이다.
RSV는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신생아 감염시 사망률이 높아 1세 미만 유아사망의 주원인이다. 태아는 32주부터 폐가 튼튼해지기 때문에 32주 미만 출생 미숙아는 국가 지원을 받지만, 세쌍둥이는 32주 6일 출생으로 지원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36주 미만의 미숙아에게 RSV 예방접종비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최씨가 거주하는 지역에는 지원정책이 없었다. 최씨는 대체약이자 지난해 4월 신약 허가를 받은 베이포투스를 맞을 예정이다. 다만 이 또한 1인당 60만원으로 총 180만원이 든다. 이 약은 백신이 아닌 항체주사로 담당기관이 모호하고 제약사가 급여 등재를 하지 않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보험도 모두 가입을 거절당했다. 임신 중 태아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계약서까지 작성했지만 '고위험군이라 어렵다'는 이유로 본사에서 거절당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 다태아라는 이유로 계약을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담했다. 세쌍둥이는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이력 때문에 향후 1년간 어린이보험 가입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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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가장 몸무게가 가벼웠던 해온이(출산 당시 1.2kg)는 인큐베이터에서 배꼽에서 배변이 나오는 탈장이 발생해 바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최 씨는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도 이해가 된다"며 "그나마 동산병원에 전국에서 몇 안되는 소아외과 선생님이 계셔서 천만 다행이었지 아니면 서울까지 이전을 해야 할 뻔했다"고 회상했다.
최 씨는 근무하는 병원에서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도 사용했다. 1990년대에 설립돼 설립 30주년을 향해가는, 직원이 300명가량 되는 2차 병원이다. 최 씨는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면 다들 이유를 물어본다"며 "그만큼 남성이 육아휴직을 내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첫째 출산으로 3개월, 세쌍둥이 출산으로 1년8개월 가량을 쓴다. 그는 "그나마 육아휴직 급여가 크게 인상돼 가계 부담이 덜하다"며 "아이돌봄서비스도 받아서 아내, 육아도우미 두분과 함께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그럼에도 아이낳기를 강력 추천한다. 그는웃으며 "내가 나중에 승진도 하고 좋은 차도 사고 나면 안정적인 가정이 있길 바랄 것 같다"며 "그렇다면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니 최종목적지에 도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씨는 "아이를 낳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삶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며 "다른 뭔가를 못 이뤘다고 해서 전전긍긍할 필요 없다는 생각에 (아이를 낳자고) 추천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지방의 좋은 점'도 꼽았다. 집값이 너무 비싸지 않아 세쌍둥이를 낳고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고, 소아과나 어린이 놀이시설이 많이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씨가 거주하는 충청북도는 9위로 17개시도 중 중위권이다. 정량 지표 중에서는 어린이 만명당 교통사고 사상자수, 인구 십만명 당 소아청소년과 의원수가 낮고, 합례 출산율, 청년 고용률이 높은 편이다.
최 씨는 "청주는 충청북도 중에서도 도시에 속해 불편함이 크지 않지만 도서산간 지방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첫째가 크면 좋은 교육이 무엇일 지, 보다 도심지로 가야 하는건 아닐지 고민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