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 역사는 정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집 중앙에 정원을 만들고 꽃나무를 심었던 기록부터, 고대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에 이르기까지 정원은 늘 인간이 꿈꾼 '낙원'의 투영이었다. 특히 16세기 유럽의 정원은 단순한 별장을 넘어 예술과 학문의 공간으로 기능하며 르네상스의 산실이 되었다. 19세기 이르러서는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인 '공원'으로 확장되며 도시 환경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연과 공존하며 생태적 가치를 복원하는 '회복력(Resilience)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정원 르네상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와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건강한 삶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원은 단순히 보기 좋은 풍경을 넘어,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 조절이라는 생태적 기능은 물론 우울감 극복과 면역력 증진을 돕는 '치유의 공간'으로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정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휴식과 치유'(66.5%)라는 설문 조사결과도 있다. 정원이 개인의 취미 활동을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음을 보여 준다.
국내 정원산업의 시장규모는 약 2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정원 정보와 네트워크의 부족, 통합 시스템의 부재 등으로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정원 관광 자원 정보 시스템에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정원 플랫폼' 구축을 통해 정원 정보를 통합 운영하고 정원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비즈니스를 창출해 나갈 필요가 있다.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3조1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코넬주의 이든 프로젝트(Eden Project)의 경우는 지역 정원을 활용한 지역거점 의료기관과의 협업, 공동체 회복사업 등으로 지금까지 20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고, 지역경제에 약 20억파운드(한화 약 3조 40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고용 이외에도 지역 공급망을 통해 수천 개의 일자리를 지원해 주고 있다.
진정한 정원 르네상스를 열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시 속의 숲, 숲속의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 정원과 지방 정원, 민간 정원, 생활권 정원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정원도시정책'이 강화돼야 한다(현재 조성·등록된 정원 223개소). 정원을 활용한 도시 녹색 생활 공간으로의 전환, 정원산업의 진흥,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 정원문화의 확산이 필수적이다. 정원은 관람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가꾸고 체험하는 공동체 회복의 매개가 되어야 한다. 학교 정원, 마을 정원, 공동체 정원 등 일상에서 식물과 교감하는 '플랜테리어'와 '식물 테라피' 문화가 정착될 때, 우리 사회의 정서적 풍요로움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인간은 정원을 만들고, 정원은 인간을 살린다."라는 말이 있다. 정원은 사색과 창조, 영감의 원천이며 삶의 균형을 찾아주는 나만의 '시크릿 가든'이다. 집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한국 정원 특유의 소박함과 자연미를 바탕으로, 현대적 기술과 문화를 융합한다면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정원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숲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정원이 시민의 삶을 보듬는 나라, '정원을 통해 잘 사는 대한민국, 정원 르네상스'를 꿈꿔본다. 이제 정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 곁의 작은 생태계인 정원을 가꾸는 일은 곧 우리의 미래를 가꾸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