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마다 안전요원 기준·예산 달라
안전요원 있어도 법적 책임은 교사에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맑은 날씨를 보인 2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버스 전용 주차장에 수학여행단 학생들을 기다리는 전세버스가 빼곡히 주차돼 있다. 사진은 기사과 관련이 없음. 2025.04.29. /사진=우장호](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2915313881231_1.jpg)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A씨는 지난해 1일형 현장체험학습 비용을 확인하고 적잖이 놀랐다. 경기도 인근 농장을 방문하는 데 7만원이 들어서다. 체험프로그램비(2만4000원), 교통비(3만5000원)에 안전요원 인건비로 1만1000원이 추가됐다. A씨는 "단체활동을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해 불만은 없지만 가족 단위로 방문했을 때보다 학교 단체 체험이 더 비싸다는 점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교육부가 안전요원 배치를 권고하고 있으나 일부 학교에서는 관련 비용을 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교육청의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안전요원이 배치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최종 책임은 교사가 지는 구조여서 경제적 부담은 학부모에게, 법적 책임은 교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현장체험학습 보조인력(안전요원 및 기타보조인력) 지원 예산으로 약 10억원을 편성했으나 1학기 중 이미 전액 소진된 상태다. 당초 지난해에는 14억원 규모로 예산이 산정됐지만 서울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30% 가까이 금액이 삭감됐다.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서 지원 범위도 축소됐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보조인력 지원은 1일형 체험학습 가운데 초등학교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초등학교에 대한 지원 역시 충분하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급당 1명의 기타보조인력, 학년당 1명의 안전요원을 기준으로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 50명당 1명 이상의 보조인력 배치를 권장하고 있고 보조인력 중에서도 기타보조인력보다는 안전요원을 우선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 괴리가 있다. 안전요원은 응급구조사나 소방·경찰 등 관련 자격을 갖춘 인력을 의미하는 반면, 기타보조인력은 학교가 실시하거나 안내하는 교육을 이수하면 참여할 수 있어 대학생 등도 포함된다.
학교가 권장 기준에 맞춰 학생 50명당 1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려 할 경우, 서울시교육청 지원금만으로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체 예산으로 보전할 수 없는 학교는 결국 학부모 부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용을 들여 안전요원을 추가 확보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은 교사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초등학생이 현장체험학습 도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으며 관련 판례가 처음으로 확립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교사 개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책임을 묻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서에서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체험 학습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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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활성화를 위해 교사의 면책 범위 확대를 위한 법령 정비와 보조인력 확충, 업무 경감 및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이고 단체활동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다"며 "(학생) 관리에 선생님들의 부담이 생기면 비용을 지원해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관리, 안전 요원을 몇 명 더 데리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법령 개정과 내용을 지금 준비 중"이라며 "안전 사고로부터 교사를 오히려 두텁게 보호하고 교원들을 과중한 업무로부터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자는 게 대통령 말씀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지난해 11월 판결로 교사에게 무거운 책임이 부과되면서 학교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다음 달 중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교사 면책 범위 명확화를 위한 법 개정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학교장과 교직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면책 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면 오히려 교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포괄적이면 적용 범위가 불명확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구체성과 포괄성 사이에서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