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민심대장정' 손학규 前경기지사
민심대장정 40일째(경북 김천) 하루 일과를 마친 손학규 전 지사와 저녁 식사 전 약식 인터뷰를 가졌다. 지친 기색은 없었고 오히려 활기찼다.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적잖은 스트레스였던 듯 숨김이 없다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경기도지사로서 만든 열매가 다른 지역에서는 전리품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 대해서도 당당히 맞섰다.

-배낭에는 무엇이 있나.
▶(손수 내용물을 하나씩 꺼내며)우산, 생수통, 슬리퍼, 모기 물린데 바르는 약. 휴지, 치실, 대일밴드, 파자마. 속옷 ,겉옷, 세면도구 등등이 있다. 그리고 등을 긁는 '효자손'도 있다.
-'효자손'이 특이한데. 처음부터 준비했나.
▶아니다. 다니다보니 등이 가려울 때 답답하더라. 아내가 있으면 아내보고 긁어달라고 하면 되는데. 매번 동행하는 사람에게 긁어달라기도 그렇고. 내가 등이 간지러워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누군가 얘기를 한 모양이더라. 그 때 하나 샀다.
-면도기는 없나.
▶없다.(손 전지사는 민심대장정을 시작한 이후 이발과 면도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면도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도지사할 대는 하루에 면도를 2번 했다. 저녁 공식행사에 깔끔하게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면도하는 게)귀찮기도 하고. 안하면 편하다. 그리고 멋있다고 하니까.(웃음).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도회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작전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일부러 하는 것은 없다. 지난달 한나라당 전당대회때 참모들의 공식 의견은 면도와 이발하고 정장을 입자는 것이었다. 나도 동의했다. 당일날 충남 보령에서 출발, 용산역에 도착한 뒤 사우나에서 '변신'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니더라. 국민속으로 들어가 생활을 같이하고 해 놓고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 만날 때도 수염 덥수룩하게 하고 갔는데 전당대회라고 높은 분들 있는 곳이라고 해서 깎고 가는 것은 좀 그렇다고 생각했다. 깎더라도 전당대회 가기 위해 깎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모님은 자주 보나.
▶일주일에 한번 본다. 빨랫감 가져가고 옷 챙겨주러 온다. 사실 베낭하나로 100일 버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별도의 옷가방이 있고 수행차로 운반한다(옷가방을 직접 열어 보여준다. 땀내 가득한 옷의 냄새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꽃무늬가 있어 손 전 지사는 가방을 꽃가방이라 불렀다). 베낭속 옷은 일하다가 옷을 갈아입을 경우나 비에 젖었을 때 활용한다.
독자들의 PICK!
-경북 지역은 특히 보수적이다. 느낌은.
▶기존의 정통보수만 갖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런 흐름이 잠재적으로 끔틀대고 있음을 느낀다. 경북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 변해 포용의 주체가 돼야 한다. 끼리끼리 해서는 안 된다.
-구미 등에서는 손 전지사에 대한 평가가 안 좋다. LG필립스 LCD공장을 경북 구미에서 파주로 가져갔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평가가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자신있게 말했다. 우리이게 필요한 것은 국가 경쟁력이다. 메이드인 경기도, 메이드인 경북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결국은 메이드인 코리아다. 또 전제가 잘못됐다. LCD공장의 경우 파주가 아니면 결국 대만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충청지역에서는 행정도시 반대가 문제가 됐을텐데.
▶도지사로서 경기도 활성화도 필요하다. 앞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얘기했다. 경기도를 활성화하는 게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대수도권론을 둘러싸고 지역의 반발이 거세다..
▶전 경기도지사로서 현 김문수 지사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서울을 중심에 두고 주위를 경기도가 감싸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대부분 경기도에 거주하며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생활, 하수, 문화 등 모든 게 맞물려 있는 광역 행정체계에선 크게 봐야 한다.
-민심대장정에서 들은 민심은.
▶어렵다는 게 대세다. 희망보다 좌절이 많다. 다만 국민들의 강인함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일이 힘들지 않나.
▶간혹 '체험'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니다. 같이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다. 새로운 '실험'이다. 일이 즐겁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