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정동영, '의리와 배신'

노무현과 정동영, '의리와 배신'

박재범 기자
2007.05.11 16:19

#지난 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5분짜리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어려울 때도 신의를 지켜야 합니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부제는 '6년전에는 이런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시점은 지난 2001년 11월이고 주인공은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예비후보. 무주리조트 당원단합대회에서 행한 연설 내용을 담았다.

대통령 경선도 시작되기 전 한 지방에서 행한 연설을 올린 이유가 뭘까. 연설 내용을 보면 명확해진다.

"저는 의리있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어렵더라도 의리를 지켜야 합니다. 지금 이시기가 어렵다고 민심에 도움이 된다고 우리 당에서도 최근 너도나도 대통령을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 졌습니다.

당장 대통령이 두렵지 않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안 됩니다. 이 나라의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품위가 있습니다. 이 나라의 지도자는 어려울 때도 신의를 지킬 줄 아는 뚝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그런 뚝심 있는 의리 있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2007년 노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향한 메시지인 셈이다.

#동영상이 홈페이지 오른 바로 그날. 정동영 정 의장은 청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른바 친노그룹 집합체로 불리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해체를 요구했다.

전날 편지글을 통해 노 대통령을 '공포정치'라고 규정한 데 이은 2차 공격이자 확전으로 해석됐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총공세에 나섰다. 겉만 보면 한쪽에서 '의리'를 말하는데 칼을 겨눈 꼴이다.

이건 왜일까. '의리'를 말할 자격도 없다는 게 정 전 의장측 인식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수행 부대변인을 맡았던 김현미 의원이 직격탄을 날렸다.

"(의리론에) 공감한다. 그러나 의리는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노 대통령이 후보일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절제를 지켰지만 과연 대통령이 된 후 자산과 부채를 올곧게 지켰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첫 만찬에서 대북 송금 특검만은 말아달라는 DJ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는데 어떻게 끝났나"

그러면서 동영상 제목을 "어려울 때도…"가 아닌 "힘이 있을 때도…"로 바꾸라고 비꼬았다. '의리론'에도 불구, 칼을 거두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격해진 김 의원은 덧붙였다. "정 전 의장이 '대통합'이라는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한 게 배신한 것인가. 정동영은 노무현에게 어떤 존재였나.

정동영이 없었다면 노 대통령이 끝까지 후보자리를 지킬 수 있었나. 선대 본부가 구성될 수 있었나" 정치적 제스쳐겠지만 '울부짖음'도 느껴진다.

이혼을 앞둔 부부가 '누가 먼저 배신했냐'며 벌이는 마지막 싸움 같다. 친노그룹은 정 전 의장이 '의리가 없다'는 생각이고 친정(親鄭)그룹은 노 대통령이 '배신'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같은 살았음에도 5-6년 전에 대한 기억도 다르다. 친노그룹은 "이런 정치인이 있었다"며 제2의 노무현을 바란다. "대통령을 비판하기 앞서 (노 대통령의) 자산과 부채를 안고 가겠다고 하면 된다"(친노 의원)는 의미다.

반면 친정그룹은 "5년전 DJ는 안 그랬다"며 화살을 노 대통령에게 돌린다. 정치개입하지 말라는 얘기다. 밖에서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해법인데 파경을 향해 달리는 부부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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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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