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아침 8시. 신촌 설렁탕집.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문희상 김근태 정동영 전 당의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 고문은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의원 등도 초대했지만 '문.근.영'만 참석했다.
정 고문이 하고팠던 말은 '후보' 문제였다. 범여권 후보군을 모아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코자 했던 것. 그러나 정작 정 고문은 말도 못 꺼냈다. 김 전 의장이 자리에 앉아마자 '불출마'를 입에 올렸기 때문. 정동영 전 의장은 "모두가 숟가락을 놨다"고 놀란 정도를 전했다.
김 전 의장의 '백의종군'이 주는 충격을 보여주는 한 예다. 정 고문은 "상황이 변했다"고 했다. '전격'적인 그의 결심에 범여권의 통합 작업은 새 국면으로 접어든 셈이다.
범여권 대선 주자의 불출마 선언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등도 했던 거다. 그러나 무게가 다르다. 앞선 두 주자는 정치권 외부의 독자 세력이었지만 그는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주요주주이자 정치권내 민주화 세력의 '대부'다. 기자회견장 주변에는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후배 의원들이 무겁게 자리를 지켰다. 그런 탓에 그의 불출마 선언이 주는 힘은 이전 두 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기득권 포기까지 외쳤다. "대통합이 안되면 내년 총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총선 불출마 시사로 사실상의 '배수진'이다. 한 초선의원은 "더 버릴 게 없지 않냐"고 했다.
김 전 의장은 그러면서 제 세력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정동영 전 의장,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의원, 천정배 의원, 손학규 전 경기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듣은 이의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 전 의장이 욕심없이 나선 이상 이들이 더 이상 이해 관계만 따지기는 쉽지 않다. 어떤 식으로건 함께 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다.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던졌다. 이제 손을 떼라는 주문이다. 대통합을 위한 '밀알'이자 '킹 메이커'를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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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도 교묘하다. 김 전 의장의 결단은 '전격'적이지만 오랜 고뇌 속 내린 판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기만 문제였지…"(한 측근)라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왜 12일이었을까.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6월10일 대선후보 연석회의가 무산된 뒤 최종 결심을 한 것 같다"면서 "그리고 15일전에는 해야 하니까…"라고 했다.
6월 15일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대통합 시한(14일) 다음날이자 민주당과 중도개협통합신당이 '합당'이 이뤄지는 날. 일단 몸은 던져 '소통합'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얘기다. 김 전 의장도 "통합민주당에 반대하는 의원 여러분, 중도통합신당 의원 여러분, 소통합을 반대하고 대통합의 징검다리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분위기도 김 전 의장에 우호적이다. 한 재선의원은 "2002년에는 경선 레이스중 포기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나가지도 않았다"면서 "이런 마당에 대통합에 반대한다고 말할 세력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다만 이제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등 통합민주당 세력의 반발이 변수다. 김 전 의장의 대선 불출마를 '통합 주도권 잡기용'으로 치부하고 있는 게 현실.
이래서인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단식 농성까지 벌여던 김 전 의장은 정책 차이는 일단 결집한 뒤 내부에서 경쟁하면 된다고까지 발을 뺐다. 반(反) 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이 먼저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