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과 '맞짱' 뜬 피감기관 장(長)들

[기자수첩]국민과 '맞짱' 뜬 피감기관 장(長)들

김지민 기자
2009.10.21 14:44

"사장이라고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담당자한테 물어보면 될 것 아닙니까."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 한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한 말이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감전사고 현황과 안전검검 이후 사고 현황에 대한 자료협조를 공단 측에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임 사장은 이같이 응수했다.

이날 임 사장의 국회 경시 태도는 도를 넘어선 듯 보였다. 의원이 질의하고 있는 도중에 본인 앞에 있던 마이크를 뒷좌석에 있는 실무자에게 넘기려는 동작을 취하는 것도 모자라 "질의시간에 안 들어가니까 들어보라"며 "나중에 (의원도)사장 한 번 해봐라. 모든 것이 눈물 날 정도로 힘들다"는 하소연까지 했다. 결국 이날 전기안전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는 파행됐다.

국감 현장에서 나타난 국회 경시 풍조는 이번 한 번이 아니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아직도 부자감세라고 하는 사람들은 무식하거나 대낮에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에 윤증현 기재부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도 잘 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선뜻 동의했다가 실언(失言)이라고 해명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정신 좀 차리라"는 야당 의원의 공격에 "정신 멀쩡합니다"(이만희 환경부 장관)라고 답변하거나 질의하는 의원들을 향해 "의원님이 아시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오세훈 서울시장)며 맞짱을 뜨는 장면도 연출됐다.

국감에서 피감기관들의 백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의원들의 발언을 무시하는 '배째라형'부터 답변을 대충 얼버무리는 '두루뭉술형', 대부분의 질의에 "검토하겠다"라고 일관하는 '무(無)성의형'까지 매 년 지루하게 반복되는 구태가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과거처럼 '한 건'이 없었던 국감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피감기관 입장에선 의원들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폭로성 질의로 일관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고 해명을 하면 될 일이다.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 앞에서 굳이 날을 세워가며 맞짱을 뜨는 피감기관의 태도를 달가워할 국민은 없다. 앞으로 이틀 남은 종합감사 기간이라도 피감기관들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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