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시하지 않겠다" 2007년 겨울 친이(親李)계의 좌장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친박(親朴)계에 보낸 경고음이다. "오만의 극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싸늘하게 응대했다. 당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백의종군 한만큼 촌철살인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하필이면 대선 직전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당내 화합이 절실했던 시점이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 최고위원은 결국 사퇴했다. 18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마하고 잠행을 거듭하다 지난해 9월에야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 듣길래 '오륀지'라고 하니까 가져오더라" 이경숙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 '0순위'였다. '오륀지' 발언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만 없었다면 무난하게 내각에 입성했으리란 게 정설이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부적절한 해명으로 낙마를 재촉했다. 박 내정자의 발언으로 이명박 정부는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란 불명예스런 별칭을 얻었다.
'봉은사 외압' 파문이 악화일로다. 벌써 닷새째에 접어들었지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권부의 핵심 인사가 종교계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그 자체로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야당은 연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정계은퇴를 촉구하고 있다. 불교계까지 가세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휴지기를 가졌다. 부산에 있는 누님을 보러간다는 명분이었지만 여론 악화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화끈한 언변과 발군의 공격력으로 차기 당 대표·국회의장 감으로 꼽히며 승승장구하던 그였기에 상처는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화를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좌파교육 때문에 성폭력범죄가 발생했다"는 발언이 불거 진지 일주일도 안 돼 '봉은사 파문'이 터졌기 때문이다. 안 원내대표는 두 건 모두 결백을 호소했지만 평소 설파하던 '좌파 척결' 발언과 겹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대중 정치인의 입이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는 건 구문이다. 여권 고위 당직자의 입은 더욱 무거워야 한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정치인의 소임에는 종파와 이념을 떠나 대중을 껴안고 보듬는 것도 포함된다. 안 원내대표가 곱씹어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