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통일세'는 한국에 앞서 통일을 이뤄낸 독일의 '연대특별세'(Solidarity Surcharge)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 동독과 서독이 통일될 때 동독 주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서독의 40% 수준이었다. 독일 정부는 이후 20년간 구 동독 주민의 소득을 서독의 70%까지 올리기 위해 '통일비용'으로 2조 유로(3000조원)를 쏟아 부었다.
서독 정부는 통일 전부터 이 같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1990년 통일이 될 때까지 10년간 매년 100억 달러를 모금하는 한편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동독지역에 고속도로를 건설해 서독 차량의 통행료 명목으로 연간 15억 마르크를 지불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통일 비용 조달은 통일 직후인 1991년 처음 도입된 '연대특별세'를 통해 이뤄졌다. 이 세금은 최초 1년 기한으로 소득세와 법인세에 각각 7.5%씩 부과됐으며 이후 1995년 부활돼 소득세와 법인세의 5.5%가 부과됐다.
국내에서도 통일세가 도입될 경우 이 '연대특별세'의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방식은 독일처럼 소득세, 법인세에 직접 부과하거나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율을 인상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 준비 방안으로 통일세를 언급한 만큼 도입 시기는 독일의 경우와 달리 통일 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통일 준비'를 위해 사용하는 재원으로는 1991년 설치된 남북협력기금이 있다. 기금은 정부 출연과 장기 차입 등으로 마련되며 남북 교류와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을 위해 사용된다. 1991년 이래 올해 6월 말까지 총 9조9490억 원이 조성됐다.
그러나 최대 수천 조원까지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통일세가 신설될 경우 거둬들인 돈을 남북협력기금을 확충하는 데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세를 거둬 협력기금에 넣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며 "다만 이제 논의가 막 시작된 만큼 통일세 도입 방안이나 사용 방법 등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의나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세와 관련해서는 세금신설에 따른 조세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벌써부터 야권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이용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은 부자들의 세금은 깎으면서 중산 서민으로부터 통일세 명목으로 세금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부자 감세를 중단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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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도 연대특별세가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한편 거둬들인 세금이 구동독 지역 재건에 직접 사용되지 않고 독일연방 재정으로 전용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울러 현재의 남북 관계에 비춰 이 대통령이 통일세를 언급한 것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대결국면에서 통일세를 언급한 것은 북한의 붕괴를 기다려 흡수통일을 하려 한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며 "지금은 기존 남북협력기금 이용을 활성화해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 경협 등에 나서야 할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