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銀 피해대책은 뒷전인 정치권

[기자수첩]저축銀 피해대책은 뒷전인 정치권

양영권 기자
2011.05.31 18:38

"청와대, 저와 한 번 하자는 건가요"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보해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언론 기사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글을 올리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해당 기사는 청와대 관계자가 "전남 목포 출신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에 A 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A저축은행은 목포에 기반을 둔 보해저축은행이고 해당 의원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라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박 전 원내대표로서는 자신이 전날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으면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진석 정무수석 등 정권의 핵심부를 정조준하자 청와대가 '경고'를 한 것으로 받아들일 만 했다.

그는 이날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나에게 경고하기 전에 청와대는 자기부터 조심해야 한다"며 청와대를 향해 '경고성 멘트'를 날렸다. 또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의 로비 연루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저축은행 로비 의혹은 이처럼 '청와대 저격수'인 박 전 원내대표가 전면에 등장하고 청와대가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반응하면서 확산 일로다.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박 전 원내대표로서는 연말 당권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청와대와의 '일전'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려야 한다.

청와대로서도 그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등의 낙마를 주도해 국정 장악력을 약화시켰던 박 전 원내대표가 '눈엣가시'였다. 청와대가 '방어'보다는 '공격'에 치중하는 이유다. 따라서 이번 공방의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감정적인 공방이 계속되면서 정작 필요한 금융감독시스템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책 마련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전·현 정권을 아우르는 로비 스캔들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이대로라면 국정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의혹만 난무한 채 서로에게 생채기만 남기고 마무리될 것이 뻔하다. 정치권이 무차별적인 폭로전에 나서기보다는 건설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