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수 없는 '전대 돈 봉투' 파문에 한나라당 해산 위기

걷잡을수 없는 '전대 돈 봉투' 파문에 한나라당 해산 위기

뉴스1 제공
2012.01.09 13:3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이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한나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8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자신이 돈 봉투를 전달받은 건 지난 2008년 7·3전당대회 때로 당시 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박희태 현 국회의장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의장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고 의원의 주장을 거듭 부인하고 있으나, 이미 정치권에선 당시 박 의장 측의 돈 심부름을 했다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 A씨와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B씨 등의 실명이 거론되는 등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게다가 그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와 보조를 맞춰온 쇄신파에서도 "차제에 당 해산과 재창당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가 하면, 비대위 활동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 왔던 당내 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와 일부 대권 잠룡(潛龍) 측의 '집단행동'마저 가시화되면서여권 전체가 극도의 혼란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비대위 "증거가 없어도 책임져라"…사실상 '박희태 사퇴' 요구

한나라당은 9일 박근혜 비대위원장 주재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이번 돈 봉투 사건과 관련, "사건에 관여했거나 책임질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은 모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입장 정리는 사실상 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도 앞서 박 의장의 사퇴를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은 "고 의원이 돈 봉투 살포 주체로 박 의장 측을 지목했지만, 고 의원의 진술 외엔 이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관련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었다.

그러나 추후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박 의장이나 당 관계자 등의 검찰 소환이 이어질 경우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러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름의 특단책을 강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황영철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이 정도로 책임지는 모습을 요구한 건 자진 탈당이나 공천 배제 등 모든 걸 다 요구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현재 무소속 신분인 만큼 '탈당'엔 해당하지 않는다. 또 최근 지역구인 경남 양산에서 다른총선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등 총선 불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서 결국 남은 건 '국회의장직 사퇴'밖에 없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아울러 황 대변인은 "고 의원에 의해 확인된 사항 뿐 아니라, 이와 관련해 나온 증언은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해줄 것을 촉구한다"고도 말했다. 그간 당 관계자들이 제기한 2008년뿐만 아니라 2010년과 2011년 전대 과정에서의 금품살포 의혹과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구태정치, 과거의 잘못된 정치관행과 단절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국민 앞에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밝히고, 앞으로도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오면 다 털고 가겠다.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여기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쇄신을 멈추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반드시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이뤄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이번 사건 수사와는 별개로 당 쇄신에도 계속 매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은 당초 계획대로 이날 비대위에서 19대 총선 전체 지역구 후보자의 80%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방식의 당내 경선으로, 나머지 20%를 전략 공천으로 결정하는 공천 원칙을 확정했다.

◇쇄신파, 재창당 논의 '재시동'… 친이계 반발도 본격화

그러나 한나라당 비대위가 돈 봉투 파문에 대해 고강도 수습책을 들고 나왔음에도 당내에 잠복해 있는 위기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앞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 등에 따른 파고를 비대위 주도의 재창당으로 돌파하려 했던 당내 쇄신파에서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쇄신파의 '맏형' 격인 남경필 전 최고위원과 정두언 등 쇄신파 의원들은 지난 6일 회동을 갖고 그동안의 비대위 활동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번 돈 봉투 사건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엔 비대위원인 김세연·주광덕 의원과 비대위 자문위원 권영진 의원, 당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전 최고위원 등은 이 모임에서 이번 돈 봉투 사건과 관련, "당 해체 후 재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들은 이르면 오는 10일 다시 모임을 갖고 재창당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쇄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재창당 보다는 현 비대위 체제로 정면돌파를 시도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것이 새 갈등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이런 가운데 그동안 '실세 용퇴론' 등에 반발해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던 친이계 의원들도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해 이를 공론화할 계획인데다, 정몽준·홍준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도 "박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박근혜 비대위 체제와의 일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친이계 일각에선 이번 돈 봉투 파문과 관련, "비대위가 친이계 전체를 도매금으로 넘기려 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전대에서도 친이계인 안상수 전 대표가 당 대표에서 당선됐다는 점에서다.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분당 등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뉴스1 바로가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