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의 교비횡령건으로 시작된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한 분위기다. 측근인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의 뇌물수뢰 혐의가 최 위원장에 대한 의혹으로 확대되며 많은 기사가 '검찰발'로 쏟아지고 있다. 머니투데이의 검찰 출입 기자는 "사실과 루머가 혼재돼 있다"고 말한다. 설을 지나면 대충의 윤곽이 나올 것이란 귀띔이다.
관련 보도를 검찰 출입 기자들에게 미루는 처지지만, 불과 6개월 전까지 방통위를 3년 넘게 출입한 기자로서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마음이 착잡하다. 무력함과 부끄러움이 몰려든다.
정씨는 최 위원장이 방통위 출범과 동시에 새로 만든 보직에 영입한 인물이다. 최 위원장의 눈과 귀가 돼 많은 정책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그래서 그 자리는 권력이 흔들리는 순간 최 위원장과 함께 공격받는 0순위가 될 것도 자명했다. 정씨에 대해 완전무결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을 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세가 몰락하는 권력에 대한 예견된 공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쯤에서 방통위 1기의 가장 중요했던 정책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그로 인해 다른 방송정책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로 종합편성방송사용사업자(종편PP)와 보도전문PP 선정건이다.
다른 곳들이 모두 비판해도 종편과 보도PP를 따낸 매체들은 방통위와 책임을 분담할 것이란 착각도 가능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종편·보도PP 선정 과정에서 많은 비판이 제기될 때 방통위 편을 들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업권과 직결된 일이니 당연했을 것이다. 대신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선 "탈락한 이들이 하는 분풀이" "판에 끼지 못하는 마이너리그들의 흠집내기" 정도로 호도했다.
그러나 이들의 '어설픈 동맹'은 곧 실체를 드러냈다. 최 위원장과 방통위에 포격을 가하는 매체들 안에는 이른바 종편 및 보도PP인 '조중동매연' 연합군도 포함돼 있다. 방통위 실세권력들과 밀착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누구보다 애쓴 이들이 이제는 방통위를 향해, '몰락하는' 실세권력을 향해 총구를 돌린 셈이다.
종편 따내기에 성공한 한 매체는 최근 방통위와 최 위원장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최 위원장이 쓸데없는 해외출장을 다니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보도했다. 방통상임위원들이 전문성이 없다며 무능함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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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매체는 종편사업권을 얻기까지 1회 1000만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쓸데없는' 최 위원장 출장에 기자를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동행시켰다. 이 매체의 방통위 때리기가 또 다른 사익과 관련된 것임은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99개를 받고나서 1개를 안준다고 저럴 수 있나"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들은 "표변하는 언론에 새삼 놀라울 따름"이라며 혀를 찬다.
이번 사건의 실체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여부 또는 비리 정도에 상관없이 최 위원장과 정씨, 무엇보다 방통위는 큰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확인되지 않고 보도되는 '무수한 설'은 이미 국민들 뇌리에 각인됐고 방통위가 추진한 많은 정책은 옳고 그름과 냉정한 평가를 비껴가 정당성 시비에 휘말릴 것도 뻔하다.
언론의 대 정부 취재는 정책의 타당성을 냉정히 평가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져 국민들의 생활이 향상되도록 하는 감시자의 역할이다. 방송사업권을 받아야 하는 언론들이 지난 3년간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리 만무하다. 아니, 오히려 방통위의 실세 권력에 기대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데 급급했을 것이다. 언론의 이름으로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무차별적으로 보도하기 전에 지난 3년간 스스로의 행적을 돌아볼 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