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토요일(28일) 청와대 인근 북악산에 올랐다. 청와대 직원 500여 명이 함께 했다.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 등산은 3시간여 만에 끝났다.
이날 산행은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이 임기 마지막 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산행에 앞서 열린 워크숍에서 "다음에 누가 들어오든 우리가 바통을 넘겨줄 때까지 속력을 내야 다음 정권도 속력을 내서 대한민국이 계속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독려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2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전격적인 사퇴로 등산 감회가 남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탄생의 주역이자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이들이 하나둘 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 위원장을 비롯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선거 캠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였던 '6인회' 멤버들이 대부분 불명예 퇴진했다.
친형 이상득 의원은 측근이 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 사실상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또 다른 6인회 멤버인 이재오 의원 역시 측근이 전당대회 돈봉투 전달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은 그나마 온전한 상황이지만 18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해 이미 실질적인 역할을 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
정권을 함께 만들고 유지했던 인사들이 퇴장하면서 이 대통령의 처지는 더욱 외롭게 됐다. 이미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져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레임덕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역사의 평가는 변한다. 최근 한 온라인 리서치 전문회사가 '다시 투표해도 또 뽑고 싶은 대통령'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체 응답자의 43%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가장 수난을 겪은 대통령 중 한 명이다.
역사의 평가는 마지막 1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은 심상치 않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둔화로 올 1월 무역수지가 월간단위로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가 예고되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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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은 현재의 평가에 의기소침할 여유가 없다. 북악산을 오르며 다진 것처럼 심기일전해야 할 때다. 이 대통령이 남은 1년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