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재벌 국제사회 변화 도외시…새누리 경제민주화 운운 자체가 어불성설"

"현실정치에 뛰어든 건 이명박 대통령 덕이다. 정계든 재계든 새로운 경제체제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특히 한국재벌은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유럽의 경제발전전략 같은 건 아예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다. 심각한 문제다."
홍종학 가천대학교 경원캠퍼스 경제학과 교수(사진·민주통합당 비례대표 4번)가 현 정권과 새누리당, 재계를 겨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4번을 배정받은 홍 교수는 2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고민하고 있고 특히 미국과 양대 축을 이루는 유럽은 새로운 성장발전전략을 고심 중인데 재벌은 이를 모르거나 모른 척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변화를 도외시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교수는 "지난 4년간 진보개혁 진영에서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들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했다"며 "재계는 이제 진보개혁 진영과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두고 서로 소통하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진보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과 정책위원장 등을 지냈다. '한국경제 새판짜기(공저)', '미국과 영국의 기업집단 개혁과 시사점', '양극화와 경제구조개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이끌 선봉장으로 발탁, 학자에서 정치신인으로 탈바꿈했다. 홍 교수는 민주통합당이 정권교체 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노동시장 개혁이 기존 'MB노믹스'의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양극화와 분배악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보고 있다.
아래는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독자들의 PICK!
- 경제학자가 현실정치로 뛰어든 이유는 뭔가.
▶ 경제학자지만 그동안 경실련 등을 통해 정책적 제언을 많이 해왔다. 어떻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 덕분에 정치를 하게 된 측면도 있다. MB정권 지난 4년간 진보개혁 진영에서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있었고 실제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과도 많은 작업을 해왔다. 학계와 정치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있지만 제가 나서게 됐다.
-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 추진의 선봉장으로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만만찮은 도전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이 벌써부터 예의주시할 것 같은데 어떤 마음가짐인가.
▶ 우리 재계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특히 한국재벌은 문제가 많다. 일례로 지금 세계가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데 재계는 유럽형 발전모형 같은 부분을 알지고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재계에서 이 부분을 연구하지 않는 건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재계뿐 아니라 국내 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EU2020'이나 '리스본 전략'을 아냐고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언론도 이를 보도한 적이 없다.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양대 축을 이루는 유럽의 30개 가까운 국가가 모여 향후 발전전략을 고민하는 문제는 한국이 당연히 연구하고 살펴볼 대상 아닌가. 제가 '성장친화형 진보'라는 책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것도 이런 현실이 너무 답답해 나름대로 알리기 위한 방편 중 하나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지도자마저 국제사회에 가서 아직도 엉뚱한 얘기를 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이제는 재벌들도 문을 열고 진보개혁 진영과 소통할 때다. 재계가 가진 지식과 진보개혁 진영이 가진 지식이 전혀 달라 얘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 아니겠느냐.
- 민주통합당의 지역구, 비례대표 공천을 보면 경제학자 출신이 새누리당에 비해 부족하다.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인력가지고 되겠나.
▶ 진보개혁 진영에도 유럽형 발전모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제학자가 우리나라에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필요로 하는 건 이를 잘 이해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은 경제학자보다는 오히려 복지, 노동전문가 중에 많다. 이쪽 전공이 아무래도 유럽지역 사정을 많이 알기 때문이다. 이게 결국 한국 경제학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 MB노믹스를 비판해왔는데 현 정권이 말기 들어 무상보육 등 민생경제 챙기기에 나서며 방향을 일정 부분 수정한 데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MB노믹스를 추진하다 여론에 밀리니까 구색맞추기 형식으로 임기응변 정책을 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민주통합당의 민생정책은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노동시장 개혁' 3가지 가치가 큰 틀에서 서로 연계돼 굴러가도록 돼 있지만 MB정권과 새누리당은 그런 큰 그림 없이 복지바람을 타고 국민에게 호응을 얻을 만한 정책을 부랴부랴 급조해 실시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이슈에 따라 가치판단이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은 복지 따로, 경제민주화 따로가 아니다. 재벌중심의 불균형 성장을 완전히 바꾸고 사람 중심의 균형성장을 가는 큰 프레임 하에서 복지와 경제민주화, 노동시장 개혁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게 여당과의 큰 차별점이다. 야당 내에서도 속도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하나의 일관된 청사진은 정리가 돼 있는 상태다.
-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와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는 어떤 차이인가.
▶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카피', '복사정책'이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말로는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친기업, 친재벌, '줄푸세'를 버리지 않았다. '가짜 경제민주화' 아니겠느냐. 지난 4년간 100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재벌, 부자에게 퍼준 것이나 다름없는데 경제민주화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은 아직도 '트리클 다운'을 주장하고 있다. 부자와 재벌, 대기업이 잘 살게 되면 서민들도 잘 살게 된다는 논리에 지난 4년간 국민이 속아 왔다는 게 이미 판가름 났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정책이 틀렸다고 사과하지 않고 심지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4년간 부자, 재벌에 몰아준 세금혜택을 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데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현 정부가 무분별한 감세로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갔으니 이를 원상복구해 복지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경제가 밑바닥에서부터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노동자, 가난한 서민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이를 주장하고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것은 '트리클 다운'을 주장하는 논리에 잘못 넘어간 때문이다.
- 경제민주화의 골자인 재벌개혁의 핵심은 뭔가.
▶ 세계적으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일감을 특정 계열사에 몰아주는 등의 잘못된 행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기업 활동의 과실도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아닌 외형 불리기에만 투자하는 점도 반성해야 한다. 미국만 봐도 빌게이츠, 워렌버핏 같은 이들이 앞장서 부자증세를 주장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사회에 대거 환원하면서 자본주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느냐.
재벌기업이 진보개혁 진영과 소통을 시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균형과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받아들여야만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을 개정해 규제하는 수밖에 없다.
- 복지공약에 대한 '포퓰리즘' 지적이 많다.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복지공약,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나.
▶ 지난 4년간 현 정권은 4대강에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예산을 잘못된 곳에 썼다. 돈은 충분하고 재원마련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 이전에 재벌, 부자에 감세해 준 세금만 복구해도 복지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스마트 국가체제로 가는 성장전략에 부합하는 재원 활용이 필요하다.
- 조세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 조세개혁은 세계화 시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전보다 누진세율을 높여야 한다. 누진세율을 자꾸 낮추면 경쟁을 통해 승리한 자가 모든 이익을 누리는 승자독식사회가 심화된다. 균형을 위해서는 소득이 높을 수록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패자부활전을 통해 패자를 도태시키지 않고 전장에 다시 내보내는 전략을 생각하는 것이다.
-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은 뭔가.
▶ 청년이 우리 미래의 자산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같은 사업장에 가보면 50대가 주로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퇴직시키고 아들을 취업시키자는 게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에서는 비용 문제로 하소연을 하는데 그건 비용이 아니라 투자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인턴 같은 개념보다 청년들에게 기술, 직업훈련을 시켜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다. 2년 일하고 잘릴 회사인데 기술을 개발하겠느냐. 이는 세계화 시대와 한참 안 맞는 시스템이다. 기업에서는 중국의 저가 임금과 경쟁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유지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에도, 나라에도 도움이 안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언론의 왜곡이나 잘못된 오해 때문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민주통합당의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노동시장 개혁 3대 정책은 사회통합형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박정희식, 스파르타식 개발전략과는 큰 차이가 있는 정책이다. 세계화 시대에 잘 나가는 1명이 혼자 나가 싸울거냐, 다 함께 어깨동무하고 나가 싸울거냐 하는 문제에서 민주통합당은 로마식으로, 모두 함께 나가 싸우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를 제대로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홍종학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4번 후보는= 1959년생(52세)으로 제물포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재벌개혁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민주통합당 공동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