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기남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서울강서구갑 후보)

10년 전, 변변한 정치세력도 갖추지 못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산에서 수차례 지역주의와 맞서며 얻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이 유일한 자산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무모한 도전에 당선을 점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불모의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참여정부를 꾸린 주역이 '천신정' 3인이다. 구태정치를 개혁하겠다는 패기로 뭉친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의원은 그러나 탈당과 노선 선회를 거듭하며 '동지'에서 '경쟁자'로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가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다시 민주통합당 아래에서 '복지국가'를 표방하며 힘을 모아야 하는 '동지'가 됐다.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신기남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사진)은 과거 주목받지 못했던 진보노선이 빛을 발하게 됐다며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 상임고문은 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에는 돈 쓰는 정치, 파벌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타파하고자 힘을 모았다면 이제는 정치 내용물에 대한 개혁, 다시 말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진보정치에 힘을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신진보연대를 만들어 진보노선을 지향해왔지만 당시에는 중도실용주의에 밀려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민생이 어려워지면서 뒤늦게라도 진보노선이 주목을 받게 됐으니 진보정치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동료, 선후배들과 힘을 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이다.
- 서울 강서갑 3선 의원 출신이지만 18대 총선 패배 이후 4년 만의 선거다. 친박 구상찬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 4년 전에는 쓰나미처럼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모두 독점했다. 사람들이 물불 안 가리고 한나라당을 찍어줬다. 당시 서울 48개 선거구 중 7군데에서 민주당이 당선됐지만 그곳은 친박연대가 나온 곳들이었다. 사실상 민주당은 전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당시엔 판세랄 것도 없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괜찮은 수준이다. 방심할 수는 없지만 균형을 갖춘 박빙의 판세라고 말할 수 있다. 상대 의원이 친박이라 힘든 싸움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국민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누군가의 후광을 내세운 다는 것은 크게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 당선되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지역현안은 뭔가.
▶ 여론조사를 해보니 가장 우선이 '지하철 2호선 연장사업'이다. 지금 2호선이 까치산역까지 들어와 있는데 이를 연장해 강서구청 앞을 거쳐 가양역에서 9호선과 만나고, 한강을 건너 마포, 상암DMC역까지 가서 6호선과도 만나게 하자는 사업이다. 약 11킬로미터의 지하철 연장사업은 가장 선호도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제 임기 내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2월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의원, 구의원을 함께 만나 이를 설명했고 박 시장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제까지 제가 쌓아온 모든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반드시 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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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꼽자면 '마곡지구 개발사업'도 중요하다. 마곡지구를 첨단산업 연구단지로 조성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적으로 낙후돼 있는 이 지역에 문화예술센터, 공연시설 등을 건립해 문화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핵심 공약이다. 서부지역 사람들은 문화적 갈증이 심하다. 공연 한 편 감상하려고 해도 2시간이나 걸려 강남까지 가야 한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당선되면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 우리 정치계를 보면 정치신인들은 많이 등장했는데 무게감 있는 중진 정치인이 부족하다. 대선주자들도 정치초년생이 많다. 국민적 인기가 있는 후보들이지만 정치경험이 적다. 정치는 경륜과 경험이 필요하다. 중진 정치인으로서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균형감각을 가지고 정치방향을 올바르게 가져갈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
저는 당에서 제일 먼저 진보노선을 표방한 사람이다. 중도실용주의가 주류일 때도 줄곧 진보정치를 주장해 왔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번에 국회에 들어가면 당이 진보노선을 확실히 걸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저는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중도실용주의에 빠져있던 민주당이 많이 진보화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진보정치, 진보국회를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19대 국회가 복지국가로 가는 첫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다.
-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과 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끌었던 '천신정'이 다시 힘을 합하는 건가.
▶ 10년 전 '천신정'은 정치를 하는 방법에 있어서 돈 쓰는 정치, 파벌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타파하자고 힘을 모았다. 개혁정치를 위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이를 실현할 사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대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정치방식을 개혁하기보다는 정치 내용물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진보정치가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 구호만 외치고 토건국가식 개발정책만 펴왔는데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양극화가 심화된 반면 잘 사는 사람만 더 잘 살게 됐다. 바꿔야 한다. 진보노선의 핵심이 바로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 수준인 사회보장을 선진화하고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제가 신진보연대를 만들어 진보노선을 지향해 왔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민생이 어려워지고 국민의 원성이 짙어지니까 뒤늦게 복지국가를 표방한 진보노선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중도실용주의가 주류이던 민주당도 진보로 돌아섰고 심지어 새누리당 마저 복지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물론 새누리당이 복지를 확충하겠다고 하는 것은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
앞으로는 정치내용에 있어 진보, 복지로 나가도록 개혁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 정치방식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힘을 합했다면 이제는 진보, 복지를 위해 동료, 선후배들과 힘을 합할 생각이다.
- 문재인 이사장의 부상으로 친노세력의 재집권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
▶ 문재인 이사장은 훌륭한 대선후보라고 생각한다. 친노라서 지지율이 오르고 기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을 극복할 대안세력인 민주통합당의 대표정치인이기 때문에 호응이 높은 것이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진보세력으로서는 희망을 걸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을 극복할 수 있는 스타가 절실히 필요하다.
문재인 이사장은 정통파로 차근히 코스를 밟아온 분이고 안철수 교수는 정치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다.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대안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이 분들 외에도 민주당에는 한명숙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 잠재적 대권주자가 많다. 반면 새누리당은 오로지 박근혜 위원장 한 명만 바라보고 있다. 구시대 그림자를 드리운 박 위원장밖에 인물이 없는 것이다.
-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박빙'이다. 야권연대에도 지지율 면에서 부진하다는 지적이 있다.
▶ 그렇게 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40%가량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시작한다. 과거부터 새누리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해주는 확고한 지지층이 있었다. 이에 비해 진보세력은 기득권이 없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5번의 총선을 경험했는데 모두 새로운 당으로 선거에 임했다. 새누리당은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치며 당 이름만 바꿨지 기득권 세력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진보세력은 이런 기반이 없으니 매번 탈탈 털어 힘을 합해야 한다.
그 많은 기득권, 지역기반 세력을 극복하려면 통합연대가 필수인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혼란이 있었다. 그렇게라도 통합을 했기 때문에 1대1의 대등한 구도에서 선거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운동기간에 진보세력이 유리한 지지율로 시작한 전례가 없었다. 이 정도면 양호한 출발인 셈이다.
진보세력은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는 숨은 표가 많다. 선거의 승패는 지지율보다는 투표율로 좌우된다. 20~40대 유권자의 투표참여가 관건이다. 이분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임해주면 민주통합당이 승리할 수 있다. 투표율이 50% 이하이면 새누리당에 유리하고 55% 이상이면 민주통합당에 유리하다.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젊은층이 적극적인 투표참여로 현 정권을 심판해주기를 바란다.
-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80%가 노무현 정권 시절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악의적 책임 떠넘기기다. 노무현 정부 때 국회정보위원장을 해봐서 당시 감찰활동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직접보고 조차 거절한 분이다. 국정원장과 독대를 안 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예전에 국정원이 정보를 무기로 과도하게 정치에 관여하고 정보참모 역할을 해서 직접보고를 아예 거부한 것이다. 사정기관의 권력화, 사유화를 누구보다 반대하고 싫어한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이다.
너무 완고해서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은 오히려 불만일 정도였다. 대통령이 정보를 갖고 있어야지 왜 직접보고를 안 받느냐, 너무 권력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민간인 사찰의 80%가 그 시절 얘기라는 건 정말 악의적인 떠넘기기다.
생각해 봐라. 비교해보면 정보를 작성했다는 주체부터 차이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감찰업무 담당인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이 작성했다. 정당한 업무활동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총리실공직윤리지원관실이 나서 불법사찰의 온상 노릇을 한 거다. 명백한 차이가 있다.
감찰 내용도 노무현 정부 때는 경찰 공직자에 대한 내부감찰, 인사동향 등 단순보고 사항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BH하명'으로 KBS, YTN 등 언론 동향 보고, 국회의원 내사지시, 4대강 비판정보 유출자 동향조사 등 전방위적이다. 감찰 범위에서 벗어난 불법적 감시활동이다.
청와대는 지금 무조건 호도하는 말만 한다. 국민이 착각에 빠지게끔 하려는 거다. 거짓말을 그만두고 문건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청와대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대통령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정말 반성도 안 하는 태도다.
- 지역주민이나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유세장에서 늘 하는 얘기지만 4·11 총선은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다. 지난 4년간 이명박 대통령, 새누리당에 의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느냐. 실정과 오만은 물론 권위주의 시대로 나라를 돌려놓은 점에 대해 냉정하고 준엄한 심판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지난 4년간 이뤄놓은 게 뭐가 있느냐. 경륜 있는 정치인으로서 제가 지역을 위한 큰 사업을 해내겠다.
이명박 정권 심판과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투표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저를 찍어달라는 게 아니라 투표에 참여해 달라. 투표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투표참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나라를 구할 수 있다. 저는 선거운동본부를 투표참여운동본부로 부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들이 투표를 안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그들에게서 "투표하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국민이 투표할까봐 걱정하는 정당은 떳떳치 못한 것이고 이것이 새누리당의 한계다.
■ 신기남 민주통합당 서울 강서구갑 후보는= 1952년생(59세)으로 경기고등학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했고 1982년 사법시험(24회)에 합격,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총무이사를 지내는 등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다.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법무법인 한서 대표변호사,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정보위원회 위원장, 도서관발전재단 이사장,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공동이사장, 복지국가만들기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다. 제 15대~17대 서울강서구갑 국회의원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