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에 압승 이노근 "막말 때문이 아니라…"

김용민에 압승 이노근 "막말 때문이 아니라…"

변휘 기자, 박광범
2012.04.20 06:05

[인터뷰]野강세 강북서 승리, 노원갑 이노근 새누리당 당선자

↑새누리당 이노근 서울 노원갑 당선자 ⓒ이노근 선거사무소 제공
↑새누리당 이노근 서울 노원갑 당선자 ⓒ이노근 선거사무소 제공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서울은 반대였다. 여당 '텃밭'인 강남벨트를 제외하고는 야권이 압승을 거뒀다.

특히 강북에서는 참패했다. 이재오(은평을)·정두언(서대문을) 의원 등 '거물'조차 개표 막판까지 수백표차 진땀승부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여의도의 문을 두드린 노원갑 이노근 새누리당 당선자는 2위 후보와의 격차를 5000표 가까이 벌리며 여유 있게 승리했다.

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이곳에서 기적을 일군 이 당선자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상대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로서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였다.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온통 김 후보 쪽으로 쏠렸지만, 이 후보는 '말꾼보다 일꾼'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묵묵히 표밭을 갈았다.

18일 서울 공릉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 당선자에게 던진 첫 질문은 "김 후보의 과거 '막말' 파문 덕을 보지 않았나"였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내 예상보다는 김 후보가 선전했다"며 "아무런 정책 준비 없이 투입된 후보를 어떤 지역민이 지지하겠나"라고 답했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취약지역으로 확인된 서울 강북에서 '새누리당 바람'을 주도하기 위한 복안으로는 "우선 정책으로 야당 바람을 차단해야 하고, 자나 깨나 '정권심판'만 읊어대는 야권의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고 해법을 내놓았다. 또 "새누리당이 강남 우대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야 강북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원갑이 화제의 지역구가 된 것은 '나꼼수' 멤버인 김 후보 때문이었다. 승리하면서 이 당선자가 더 유명해졌다. 막말 파문이 승리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나꼼수가 온라인에서 후끈 달아올랐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듣지 않는 유권자들이 더 많다. 기자들이 편견을 갖고 있다고 본다. 언론에서 몇 번 띄워주면 한 사람 스타 만들기는 어렵지 않으니까. 초반에 내가 열세였다고 하는데 그런 여론조사 자체가 문제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김 후보를 잘 모른다. (나꼼수 멤버였던)정봉주 전 의원이야 17대 때 이 지역에 있었으니 잘 알아도 나꼼수 멤버라는 이유만으로 김 후보를 찍지 않는다. 김 후보 지지율이 44%였는데 그것만 해도 잘 나온 것으로 본다.

-그럼 승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런 정책 준비 없이 투입된 후보를 어떤 지역민이 지지하겠나. 나는 30년 넘게 공직에 있으면서 서울시내 구청장만 4번을 지낸 행정전문가다. 노원구청장으로 일하며 지역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노력을 시민들이 인정해 준 것이다.

-야풍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그렇다. 노원·도봉·강북·중랑·성북·동대문에서 새누리당이 한 곳도 못 이겼다. 그렇게 처참한 상황에서 이겼다. 엄청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10% 포인트 이상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후보는 이곳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런 정책 준비 없이 투입된 후보를 어떤 지역민이 지지하겠나.

-김 후보의 약점은 무엇이었나?

▶의사는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처방, 투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시장, 국회의원 모두 '소셜닥터'다. 사회를 치료하는 의사다. 적어도 공직 분야 경험이 있어야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 지역에 정통하지도 않고, 공공 분야에서 일하지도 않았다. 전혀 다른 사이버 영역의 인기를 업고 오프라인으로 온 것이다. 사이버 세계에서 왕은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새누리당의 강북 '투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여풍(與風)을 이끌어야 한다

▶야권의 바람을 차단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정책이다. 야권은 원래 정책을 갖고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꼼수' 출신 김 후보를 보낸 것이다. 나는 정책학으로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강남·북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 온 사람이다.

두 번째는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지적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자나 깨나 정권심판만 얘기 한다. 그러나 심판의 주체는 국민이다. 민주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졌다고, 국민들이 필요한 심판을 안 하겠나. 맛있는 짜장면도 세 번 먹으면 탈이 난다. '정권심판론'을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활용하는 야당을 비판해야 한다. 과거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래의 대통령을 뽑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권 강세인 강북 민심을 돌릴 복안은?

▶강남·북간 양극화는 여전히 심각하다. 나는 새누리당이 강남 우대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것을 주장한다. 그게 없으면 새누리당이 강북 민심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경제민주화'와 함께 지역격차 해소 등도 주장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선언은 좋았다. 그러나 각론을 만들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선언적으로 떠드는 것은 쓸모가 없다. 목소리만 높이면 국민들은 "또 거짓말을 한다"고 손가락질 한다.

-19대 국회에서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강남·북 차별철폐'가 내 정치적 모토다. 노원구청장으로 활동하면서 강남·북 공동재산세, 강남·북 사회복지비, 강남·북 서울시 교부금 분배 등을 완성시켰다. 강남권에는 타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남·북의 지역 인프라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런 노력들로 지역 격차가 많이 해소되지 않았나?

▶아니다. 여전하다. '뉴타운' 관련 제도조차 완비되지 않았다. 일례로 과거 강남 지역의 재건축 사업 당시에는 용적율을 275%까지 허가했다. 그러나 강북 지역 뉴타운들은 200%~240%에 머무르고 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 드러나는 강북 홀대의 한 단면이다. 제2롯데월드를 봐라. 절대 안 될 것 같은 것도 되지 않나.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사람들의 피와 땀, 아이디어가 그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관료들의 '펜대'에 의해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면 안 된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여권의 대선주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말없이 신중하면서 상황 판단이 정확한 분이다. 즉흥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작동 메커니즘이 정교하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나름 오랜 공직생활 속에서 깨달은 바에 의하면, 지도자에게는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 각종 정보가 옳고 그른지,실행하는 타이밍이 적절한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는 세 가지가 판단력의 요소다. 그런 분야에서 판단의 귀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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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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