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당이 뭔지, 與野 선진화법 말바꾸기

[기자수첩]1당이 뭔지, 與野 선진화법 말바꾸기

김경환 기자
2012.04.26 17:07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1당이 되더니 오만해졌다." "식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회선진화법을 수정해야 한다."

여야가 약사법 개정안·112법(위치추적법) 등 민생법안을 볼모로 국회선진화법(일명 몸싸움방지법)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지금껏 진전돼온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야의 낯 뜨거운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여야는 19대 국회에서는 최루탄 국회, 식물국회 같은 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 2월 8일 황우여 새누리당·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및 양당 원내수석 부대표간 4인 회동에서 국회선진화법에 합의했다.

이 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요건 제한과 신속히 법률처리가 필요한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제),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 등을 담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위기감 속에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그리고 19대 국회에선 몸싸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국회선진화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강한 쇄신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2월 27일로 예정된 운영위에 민주통합당이 불참하면서 법안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당 역시 1당이 될 것을 의식하고 나중에 직권상정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올수 있음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황영철 새누리당 대변인은 당시 "민주통합당이 명시적으로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19대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되면 자신들도 직권상정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법안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이미 다수당이 된 것처럼 유·불리를 따지는 민주통합당의 태도는 오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이 아닌 새누리당이 1당이 됐다. 그러자 이번엔 새누리당이 '식물국회'를 이유로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대신 민주통합당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나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라며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 1당이 됐다고 이제 와서 뒤집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힐난했다.

이 같은 여야의 역전은 상황에 맞춰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권의 속성과 행태를 잘 반영한다. 여야가 국민들의 편의와 안전,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필요한 60개 민생법안을 볼모로 정쟁을 벌이는 것은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을 명백히 무시하는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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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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