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벽에 부딪힌 MB, 주요정책 흐지부지

임기말 벽에 부딪힌 MB, 주요정책 흐지부지

진상현 기자
2012.05.28 16:08

KTX 경쟁체제 도입, 우리은행 매각 등 갈등과제, 다음 정권으로 넘겨

마지막 날까지 업무에 매진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다짐이 '임기 말' 벽에 부딪쳐 흔들리고 있다. 고속철도(KTX) 경쟁체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 우리금융 민영화 등 핵심 과제들에 대한 임기 내 실현 의지가 약화되고, 실현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는 것.

28일 청와대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KTX 경제 체제 도입은 임기 내에 계속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다음 정권으로 넘기기로 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했던 신설 수서-평택 구간에 대한 민간 사업자 선정을 이번 정부에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21일 김황식 국무총리의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고, 사흘 후인 24일 김 총리가 직접 이를 확인했다. 김 총리는 한국능률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특강에서 "사업자 낙찰과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 정부에서 결론이 안 나면 다음 정부에서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해 여야 정치권이 모두 KTX 경제 체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다음 정부 초 선정이라는 목표 달성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직접 지시했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에서 제외됐던 휴일 근로시간을 연장 근로한도(주 12시간)에 포함시켜 실질 근로시간을 줄이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나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는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9월 입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은 시인했다.

의욕적으로 입법을 추진했던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만들어 9월 국회에 제출해 연내 입법 하겠다"면서도 "다만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방안을 도출토록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한발 물러선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도 우려가 적지 않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 인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데도 매각작업이 강행될 경우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우리금융이 사모펀드에 매각이 될 경우 언젠가는 다시 차익을 실현하고 재매각을 하게 해야 한다"면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넘어갔던 외환은행 사례를 볼 때 사모펀드로의 매각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핵심 현안 처리에서 이처럼 한걸음씩 물러나고 있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측근 비리 등으로 임기 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갈등 이슈를 밀어붙일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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