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기말의 안타까운 유산

[기자수첩]임기말의 안타까운 유산

진상현 기자
2012.06.05 11:08

"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에 진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경제와 함께 안보도 고민해야 한다."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군 수뇌부와 가진 오찬에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안보를 굳건히 지켜달라는 당부지만, 남북이 대치한 현실에서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챙겨야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고충도 담겨 있다.

실제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와 안보 환경은 모두 '지뢰밭'이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는 스페인을 삼키고, 전 세계를 뒤흔들 태세다. 남북 관계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국제 사회의 제제 움직임 이후 북한은 연일 도발 발언을 일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숙제는 산더미 같은데 국정 운영동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5년 마다 반복되는 '임기 말 현상' 탓이다.

측근 비리가 잇따라 터지고, 정치권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제발 임기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있다가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여론의 관심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장관 발언은 기사거리가 돼도 대통령 발언은 신문지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고속철도(KTX) 경쟁 체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했던 정책들이 차질을 빚고 있다. 최대한 연내에 성과를 낸다고 하지만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현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매번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임기 말 현상이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반년 이상을 허송세월하게 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부터 먼저 측근비리 등 털 것은 털고, 하루빨리 국정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선을 앞둔 국회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듣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수권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고, 정권을 잡은 후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임기 말의 안타까운 유산을 이제는 깨뜨려야 한다. 올해 논의해서 풀 수 있는 과제를 임기 말이라는 이유로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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