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가 정치인을 자처하며 야심차게 내걸었던 '새 정치'의 꿈도 그 실체가 무었이었든 일단 멈춰서게 됐다.
하지만 지난 1년여 간 한국 사회를 꿰뚫었던 현상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 현상'이었다. 지난해 9월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시작된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권과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고, 18대 대선 성격을 규정짓는 데도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그가 주장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기성 정치권으로 하여금 정치개혁에 앞다퉈 나서게 만들었다. 성패를 떠나 이 나라 정치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동력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 정치'로 현실에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대선 출마 전 애매한 태도로 대선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출마 이후에도 단일화 문제를 놓고 안갯속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후보 등록을 코앞에 두고서는 단일화 방안을 놓고 문 후보와 기싸움으로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가치를 퇴색시켰다.
무엇보다 그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강조했던 그는 지난 서울시장 때와는 달리 홀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비록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는 말은 남겼지만, 단일화 과정에서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리적으로는 야권 단일 후보가 탄생했으나, 화학적으로 완벽한 단일화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중단에 빠지자 대선 출마선언문을 다시 봤다고 한다. 그의 대선 출마선언문에는 '국민'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다. 그는 대선 행보에서도 늘 국민을 강조했었다. 국민은 그의 정치 명분이자 목적이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명확해 보인다. 지난 66일 간의 피로와 상처를 하루 빨리 치유하고 돌아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퇴회견에서의 '새정치' 갈망을 조금이라도 실현시켜 가려면 남은 대선 기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새정치 꿈에 지지를 보냈던 다수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