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8~22일 캄보디아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방문을 마지막으로 재임 중 순방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국가를 방문했다. 순방 횟수만 49회, 84개국을 찾았다. 비행거리는 75만8478Km, 지구를 19바퀴 돌았다.
활발한 순방 외교를 펼친 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는 것이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의무와 역할이다. 국격이 높아진 만큼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 방문 당시 동포간담회에서도 "개인이 벌어서 나만 잘 산다는 것을 벗어나야 하듯이,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국제사회 역할론'은 일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선 이슈만 봐도 그렇다. 경제 민주화, 양극화 해소, 복지 강화 등 서민 생활의 어려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 생계곤란 취약계층, 폐업위기에 처한 자영업자. '내 코가 석자'인 국민에게 국제적 의무는 '한가한' 얘기다.
하지만 시선을 밖으로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했다. 올해도 무역 규모가 2년 연속 1조 달러를 기록,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로 올라섰다. 인구 5000만 명, 소득 2만 달러가 넘는 세계 7번째 국가기도 하다.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처럼 되겠다고, 우리 모델을 배우고자 한다. 원조를 받던 우리가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줄 때가 됐다는 얘기다.
더구나 우리의 성장은 대부분 수출에 의해 이뤄졌다. 혼자만 잘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고 국민의 어려움을 외면하라는 것은 아니다. 한쪽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12대 300년 동안 부자 소리를 듣던 경주 최 씨 가문 가훈 중에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할 것'이라는 것이 있다. 가난으로 인해 자신들에 대한 분노나 원망이 쌓이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고 한다. '큰 부자', '오래가는 부자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의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국가의 부가 유지돼야 국민들의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다.
앞으로 5년을 결정지을 대선 판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의지와 비전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