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4~5월부터 남북 경제교류협력(경협)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모두 물 건너가는 건가요?" 최근 한 남북 경협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다.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협을 전면 중단한 것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정책 공약으로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시작도 하기 전에 도전을 받고 있다. 안보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유연화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핵실험을 통해 우리 안보를 통째로 위협하는 상대와 대화에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일꾼협의회에서 '단호한 결심'을 밝힌데 이어 이달 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공표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공개함으로써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천명했다는 관측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여러 차례 북한이 외무성과 국방위원회 등을 통해 핵실험을 시사해 조만간 핵실험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미국 대통령이 새 국정운영 방침을 발표하는 오는 12일과 미국 대통령의 날인 18일을 유력한 핵실험 디데이 (D-Day)로 꼽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7일 여야 대표와 대선 이후 처음으로 3자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 실험 도발 위협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남북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안보가 위협받는 한 북한과의 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무모한 핵실험으로 북한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면서 "잘못된 선택과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이 이뤄진다는 인식이 더 이상 유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통해 남북 관계를 멀찍이 퇴보시켰다. 이번 핵실험이 현실화된다면 남북 관계는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5년'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냉정하게 '핵무기'가 중요한지 '대화'가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