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능력과 도덕성의 딜레마

[기자수첩] 능력과 도덕성의 딜레마

이상배 기자
2013.02.17 16:41

'난세엔 능력으로 충분, 태평성대엔 도덕성도 필요"

중국 당나라 2대 황제인 태종 이세민은 정관 6년(632년) 신하 위징에게 관리 선발의 기준에 대해 물었다. 위징이 답했다. "인재를 선발하려면 반드시 그들의 품행을 엄격히 살펴야 합니다. 잘못해 나쁜 사람을 기용하면 설령 그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폐해가 아주 클 것입니다. 천하가 혼란할 때에는 오직 재능만 요구할 뿐 덕행 여부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태평성대한 시대에는 재능과 덕행을 모두 갖춘 사람만이 기용돼야 합니다."

'통치술의 바이블'로 통하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관정요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추앙받는 당 태종과 신하들 사이의 대화를 담고 있다.

공직 인사에서 '능력'과 '도덕성'의 딜레마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능력과 도덕성을 두루 갖춘 인물을 찾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태종의 '멘토'인 위징이 내린 결론은 "난세에는 능력만 있어도 되지만, 태평성대에는 도덕성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초대 내각 후보자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관료 등 공직자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인상이 짙다. 그러나 지난 13일 우선 발표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놓고는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김 후보자는 1986년 부인과 장남 명의로 경북 예천에 땅을 사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이 드러나 14일 뒤늦게 증여세 52만 원을 냈다. 황 후보자의 경우 2011년 군에서 전역한 장남이 지난해 서울 잠원동 아파트에 3억 원의 전세 계약을 해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지명된 일부 장관 후보자들을 놓고도 해당 부처 등에서는 "수시로 말을 뒤집는다",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미룬다"는 등의 평가들이 나온다.

내각 인사는 어디까지나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일각의 비판에도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계속되는 것도 현 시국이 '난세' 보다는 '태평성대'쪽에 가깝다는 방증일 것이다. 도덕성에 심각한 흠결이 발견된다면 털고 가는 것이 새 정부를 위해 나을 수 있다. 낙마한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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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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