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대통합' 아쉬워...佛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훨씬 더 선동적

"진도는 주인한테만 충성을 바치는 진돗개의 성격 그대로였다. 어느 날은 부속실의 비서 엉덩이를 물기도 하고, 사람들한테 사납게 덤벼들기도 했다. 결국 진도는 신당동 집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중략) 이 세대에 진정 강함은 부러지는 대쪽이 아니라, 부드러움 속에서 강한 신념과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박근혜 대통령, 2004년 4월25일 일기)
박 대통령이 1970년대 청와대 퍼스트레이디 시절 키우던 강아지 진도를 회상하며 적은 일기다. 항상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지만 일기를 보면 "진정한 강함은 부드러움 속에 있다"는 철학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강조한 '여성 대통령'의 강점 가운데 하나도 '부드러움'이었다. 그러나 최근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박근혜정부의 부드러움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8일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결국 인천오페라합창단의 합창으로 불려졌다. "정부 기념식에서 제창하기에 부적절한 노래"라는 국가보훈처의 입장에 따른 것이었다. 참석자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불렀지만 박 대통령은 일어나서 듣기만 했다. 같은 시간 광주지역 및 5.18 민주화운동 시민사회단체들은 광주 망월동 5.18 옛 묘역에서 따로 기념행사를 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가 다소 선동적이라는 것이 보훈처의 판단이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만들어진 '라 마르세예즈'는 더욱 선동적인 가사에도 프랑스 국가로서 각종 국가 기념식에서 제창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의 메시지를 위해 5.18 기념식에 직접 참석했지만, 보훈처의 완고함 때문에 결국 '반쪽짜리 대통합'이 되고 말았다. 기념식의 주인인 광주시민과 유족들의 뜻대로 민주화를 위해 스러져 간 넋들을 기리는 노래의 제창을 허용했다면 어땠을까? 한 아이돌 스타까지 '민주화'가 나쁜 뜻인 줄 알았다는 한 터여서 인지 뒷맛이 더욱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