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남은 장관급 회담…실무협의 착착

사흘남은 장관급 회담…실무협의 착착

성세희 기자
2013.06.09 19:25

형식적인 기싸움 생략…북핵문제와 탈북민 등 민감이슈 의제화 주목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이뤄진 9일 오전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수석대표를 맡은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오른쪽)과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왼쪽)이 만나 악수를 나눴다./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이뤄진 9일 오전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수석대표를 맡은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오른쪽)과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왼쪽)이 만나 악수를 나눴다./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 실무자급 당국자들이 9일 2년여만에 마주앉았다. 오는 12일 장관급 회담까지 촉박한 시간 탓인지 양측은 형식적인 밀고 당기기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회담의 의제 등을 논의하는데 전력했다.

◇남측 대표 천해성, 북측 대표 김성혜= 통일부가 이날 촬영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여성 대남일꾼'으로 관심을 끈 북측 수석대표인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다른 북측 대표단과 함께 오전 9시40분께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록색 투피스 정장 차림에 흰색 가방을 든 김 부장은 자신들을 마중 나온 우리 측 구본석 판문점 연락관과 악수를 한 뒤 군사분계선을 건넜다. 북측 대표단은 곧바로 회의 장소인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으로 들어섰고, 미리 현관에서 기다리던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비롯한 우리 측 대표단은 이들을 영접했다.

미소를 띤 김 부장은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우리 대표단 3명과 차례로 악수를 했다. 북측 대표단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나란히 실린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아 태극기 배지를 부착한 우리 대표단과 대조를 이뤘다.

이어 회의장에 동시 입장한 양측은 김 부장과 천 실장을 가운데에 놓고 각각 3명씩 회의 석상에 마주 앉았다. 양측의 뒷쪽으로는 연락관이 한 명씩 배석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 실장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챙겼다. 통일부 인도협력국장과 대변인 및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 등을 역임했다.

북측 김 부장은 2005년 6·15 남북공동행사 실무협의 대표로 참가했다. 김 부장은 2011년 12월 이희호 여사가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북 조문 당시 이 여사를 영접했다.

서로 마주 앉은 자리에서 천 실장이 먼저 "오랜만에 하는 회담이다. 날씨가 좋은데 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인사를 건네자 김 부장은 "몇 년 만에 진행되는 회담인데 더운 날씨든 추운 날씨든 날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오전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양측 모두 오랜만에 새롭게 남북 당국간 회담이 개최된 만큼 실질적인 회담을 위해 상호 협력해나가자는 의미로 실무 접촉에 걸맞은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 의제화 여부 관심=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는 당초 북측이 제안한 개성공단 복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 의제 외에 '비핵화' 등 추가 의제 논의 수위를 놓고 양측의 견해가 엇갈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 대화 재개 전까지 줄곧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모처럼 이뤄진 당국간 대화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일 수 밖에 없다. 공식 의제 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핵화'와 관련해 일정 수준의 논의가 가능한 방향으로 의제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서 직접 거론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최근 북송된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생사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라오스에서 강제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도 암초로 남아있다. 북한은 장관급 회담이 결정된 이후에도 이들 사안들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어 당장 이번 회담에서 거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극적으로 복원된 남북관계= 지난 정부부터 경색됐던 남북관계는 이번 회담 성사 전까지는 새 정부로 이어지는 듯 했다. 북한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월 제3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지난 4월3일에는 개성공단 중단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문을 통해 남북대화를 제안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우리 정부는 북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오는 12일 서울에서 남북장관급회담을 재개하자고 화답했다.

선례에 비춰본다면 마지막 회담장소가 서울이었으므로 이번 회담은 북측 지역에서 열릴 차례였다. 북측이 예상대로 개성에서 치르자고 제안했으나 우리 정부가 다시 서울로 역제안했고 북한이 이를 전격 수용했다. 이번 회담에 대한 북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