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유복렬 지음/232쪽·1만3000원·눌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에 뺐겼던 외규장각(外奎章閣) 의궤(儀軌)를 되찾아오는 외교 전선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외교관이 그간의 협상 과정을 책으로 엮어냈다.
주인공은 유복렬 미국 애틀란타 부총영사.
에세이 형식을 빌린 이 책은 엄밀히 따지자면, 저자 개인의 기록이다. 그러나 외규장각 의궤를 온전히 제 자리로 돌려놓은 숨은 주역들의 표정들을 생생하게 포착해 내고 있어 '외규장각 의궤 반환사'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본격적 협상에 첫 발을 뗀 1999년 양측이 외규장각 의궤 약탈 배경이 된 병인양요 발발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장면은 마땅히 우리측에 돌아와야 할 문화재를 돌려받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치 않았음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외규장각 의궤 문제가 지긋지긋하다"고 말한 대목이나, 그해 협상에서 프랑스측 협상대표가 탁자를 주먹으로 쾅 치고 회의장을 나가는 장면 등은 우리 뿐 아니라 프랑스측도 외규장각 의궤 지키기에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비슷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를 교환한다는 '교류와 대여의 원칙'의 틀속에서 양국 간 협상은 수년간 공전했다.
협상자체가 좌초되는 듯 했던 2010년 박흥신 당시 주(駐)프랑스 대사가 프랑스측 협상단에 "대가를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의궤를 돌려달라"고 밝히는 장면은 당시 자리에 배석했던 저자 표현대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의궤 반환의 험난한 과정에서 느낀 회의감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 놓는다.
극심한 피로 때문에 찾아온 피부염에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이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인가"하고 원망하거나, 파리에서 얻은 둘째 아이를 유산하면서 괴로워한 장면, 의궤 반환 협상에 몸서리 치던 시절 서울의 동료에게 쓴 편지의 제목이 "단풍은 물들고, 내 가슴은 멍들고"였다고 소개한 장면들은 의궤 반환 작업이 저자에게 단순히 공무에만 그친 게 아니라 당시 저자의 인생 자체였음 느끼게 해준다.
저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어 통역을 담당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은 이 책의 또다른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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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이화여대 불문과 졸업뒤 프랑스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프랑스대사관을 거쳐 외교부 최초 여성 공보과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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