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내 직업에 두려움을 느꼈다. 만일의 경우 아이들 생명을 책임지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가 있다. 평소 교사로 사명감이 강하고 열의도 넘친다. 그런 친구가 자기 일이 두렵다고까지 말한 건 세월호 침몰사고 때문이다.
지난달 수학여행에 나섰던 안산 단원고의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됐다. 인솔교사 상당수도 돌아오지 못했다. 간신히 구조된 교감선생님은 자책감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학생들 곁으로 떠났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슬픔과 고통은 어떤 국민도 피할 수 없었다. 이 친구뿐 아니라 다른 교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학교현장엔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교사들이 지금의 슬픔과 두려움을 책임감으로 승화해 각자의 자리에서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건 오히려 정치권이다.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법안에 국민의 '생명'이 걸려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정책을 잘못 집행하거나, 반드시 해야 할 관리감독을, '하던 대로' '관행대로' 넘어가고 반복했던 일들이 얼마나 치명적인 재앙으로 돌아오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정치권에서는 낯익은 과거의 구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주자들은 박심(朴心) 논란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정후보의 출마를 권했다는 주장 탓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광주광역시장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한 현역 국회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는 등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여러 지역 단체장이나 기초의원 공천을 두고 돈봉투니 불법선거니 하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무리 선거철이라 해도 '자리'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국민을 대하는 두려운 마음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은 묵혀둔 안전 관련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 부랴부랴 처리했다. 안한 것보다는 낫다지만, '당장 무슨 일 생기려고' 하는 생각에 정략적 판단을 앞세우다가 뒤늦게 '숙제'를 처리했다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야 앞다퉈 안전 대책을 쏟아내지만 국민 관심이 줄면 다시 딴 생각에 빠질 거라는 못미더움이 가시질 않는다.
자신의 직업에 두려움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교사들 뿐인가. '대한민국호'의 탑승객인 국민들은 선장·항해사·기관사 격인 대통령과 정치인들에 이렇게 요구할 것이다. "당신의 직업에 두려움을 가져달라. 만일의 경우 우리의 생명을 책임지는 자리 아닌가."